“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은 그동안 하지 못한 다양한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일본, 중국과의 공동 연구로 아시아 국가들의 과학 기술 수준을 높이는 기반 역할도 하게 됩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사업단과 일본 국립천문대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가지노 도시타카 도쿄대·일본국립천문대 교수는 “2021년 완공 예정인 라온이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세계의 과학 기술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기반 시설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가지노 교수는 물리학 분야 세계 석학이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인 '천인계획'의 대상자에 선정돼 올해 베이항대 빅뱅우주론 및 원소기원국제연구소(IRCBBC) 초대 소장직을 맡고 있다. 오는 27~30일 대전에서 열리는 천문학계 국제 행사인 '물질의 기원과 은하계 진화(OMEG)' 학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라온을 이용해 빅뱅 이후 기본 입자의 상호작용과 우주 전체를 이해하는 연구가 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라온을 이용하면 유령 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의 진동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연구의 길을 열게 됩니다.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암흑물질' 연구, 초중핵(가장 무거운 핵) 발견 연구에도 활용됩니다.”
기초 과학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큰 발전을 가져온다. 가지노 교수는 소재 관련 분야의 예를 들면서 중이온을 이용한 소재 과학, 생명의 근원을 찾는 DNA 구조 연구에서도 전에 없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중국 및 일본의 기존 가속기 시설과 협력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가지노 교수는 이번 내한을 기회로 IBS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과 일본국립천문대의 공동 연구를 논의한다.
가지노 교수는 “라온, 일본 중이온가속기 'RIBF', 중국 중이온가속기 'HIRFL' 등이 협력 체계를 이루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노벨상 수상도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