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취임 51일 만에 첫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3박5일 간 방미 일정으로 정상 외교를 시작한다. 사드 배치와 대북 제재, 방위 분담금 등 외교·안보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경제수석 등이 빠진 채 진행되는 순방이어서 경제 외교 분야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를 이용,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이 환송했다.
문 대통령의 방미는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형식이다.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 최단 기간에 오르는 해외 순방이자 국제무대 정상 외교 데뷔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 도착 첫날인 28일(현지시간) 양국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관하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 주요 기업인 50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틀 후인 30일 오전이다. 두 정상은 단독 및 확대 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방법 등 외교·안보 분야를 논의한다. 이후 공동으로 회담 결과를 발표한다.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에 미국 상·하원 지도부와의 연쇄 간담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 등 일정을 소화한다.
순방에는 국무위원(장관)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만 동행한다. 해외 순방에 항상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해 온 산업부 장관과 경제수석은 인선이 늦어짐에 따라 동행하지 않는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방미 길에는 당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대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첫 미국 방문 때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부 장관 등이 동행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의 초점이 외교·안보에만 맞춰지면서 경제 외교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호 산업부 1차관이 참여하지만 관련 수석과 장관 없이 미국 기업인의 규제 완화 요구 등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재협상 논란이 일어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도 문제다. 담당 수장이 없어 우리나라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기업 관계자는 “미국 기업인 다수는 한국 정부의 경제 수장을 만나 규제 완화나 투자를 요청하려 할 텐데 소통 창구가 없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2일 귀국한 뒤 여야 대표를 초청, 회담 내용과 주요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워싱턴(미국)=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