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김대희 KISDI 원장 "4차 산업혁명 논의 중심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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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 KISDI 원장이 충북 진천 집무실에서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이 나아갈 방향과 통신비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보이지 않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김대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국내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싱크탱크인 KISDI가 4차 산업혁명 논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것처럼 외부에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3월 말 원장에 취임한 그는 수십 년 쌓아온 연구원 역량을 4차 산업혁명 분야별 전문 연구에 쏟도록 독려하는 데 매달렸다.

불과 석 달 만에 '4차 산업혁명 기획시리즈' 연구보고서를 9권으로 갈무렸다. 벤처생태계·데이터경제·융합·5G·망중립성·OTT·일자리·사회규범 등 4차 산업혁명이 미칠 기술·경제·사회적 영향을 빠짐없이 분석했다. KISDI가 짧은 기간에 폭넓은 분야를 일사분란하게 분석한 건 드물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 김 원장의 강한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KISDI는 3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9권의 보고서를 토대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 원장은 “산업·노동·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면서 담아낼 큰 틀이 필요해졌다”면서 “누가 주도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논의의 중심을 KISDI가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설립 32주년을 맞은 KISDI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 통신·방송 연구 집단이지만 그동안 정책 연구에만 몰두한 측면이 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와 논리 개발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레 국민과 멀어졌다. 김 원장이 취임사에서 “정부만 보조하고 대국민 서비스가 없다. 현장과 괴리됐다”고 말한 배경이다.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1984년부터 체신부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그는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4차 산업혁명 기획시리즈로 타성에 젖은 연구원에 열정과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김 원장은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우리가 잘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이 '인더스트리 4.0' 중심인 것처럼 ICT 강국인 한국은 ICT를 중심으로 한 '융합'을 잘 해내야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4차 산업혁명이 다르므로 다른 나라를 따라가지 말고 우리만의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과시적 용어를 남발할 때가 아니라 내실을 다질 때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그는 사내 등산동호회와 함께 연구원이 위치한 충북 진천 주변 산을 오르는 등 연구원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임금 문제 해결 등 연구원들이 맘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통신비에 대해서는 “통신비 개념이 적절한지 고민할 때”라면서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인프라가 뛰어나고 사용량도 많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데 이를 개념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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