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서 휴가 계획을 짜는 사람이 많아졌다. 필자도 얼마 전 출장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가 생각보다 여행자가 많아 깜짝 놀랐다. 한국인의 해외 출국자 수는 2016년 2000만명을 돌파했으며, 그 속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행자 수가 급증하면서 한국인 여행자의 성향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 주를 이루던 대규모 단체 여행 형태에서 벗어나 개별 자유여행(FIT) 또는 소규모 집단여행 형태로 변하고 있다. 자유 개별 여행자의 증가는 여행업체와 중개업체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급증하는 자유여행 시장의 기회를 보고 2012년에 창업된 회사다. 그러면 어떤 요소 때문에 이렇게 한국인의 해외여행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로 저가항공사(LCC)의 등장과 빠른 성장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여행을 앞두고 예산을 짤 때 통상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항공권이다. 2005년에 처음으로 제주항공이 취항한 이후 한국 LCC 산업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지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LCC 취항지 위주로 여행 빈도가 늘어났으며, 여행 시장도 근거리 위주의 자유여행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됐다.
두 번째 이유는 여행자 의식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서 사람들이 저축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자연스럽게 여행이 주요 소비처로 부각됐다.
종합하면 LCC 발달로 저렴한 해외여행이 가능해졌고, 현재를 즐기려는 사회 전반의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기회는 바로 '경험에 대한 소비'다. 여행자들은 저렴한 항공권을 통해 아낀 여행비용을 현지에서의 경험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곳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에 여행의 의의가 있었지만 해외여행이 빈번해지고 익숙해진 요즈음은 그곳에서 뭘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요즘 여행자들은 항공권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모바일로 편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여전히 현지에서 즐길 만한 경험을 찾고 예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숙박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에어비앤비 역시 이런 기회를 포착하고 '트립스(trips)'라는 서비스를 올해 초에 시작했다. 트립스는 전 세계에 있는, 현지 지식이 풍부한 로컬 여행사와 여행자들을 이어 주고 현지인만이 소개해 줄 수 있는 체험을 중개하는 사이트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2012년부터 이러한 사업을 해 오고 있다.
항공과 숙박은 이미 매우 성숙한 시장이고, 큰 자본이 있을수록 유리한 시장이기 때문에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현지 경험'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예약을 중개하는 것은 대형 회사들도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여행자에게는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 부분이다. 여행 전문 연구 기관 포커스라이트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현지 경험 가운데 온라인에서 예약 가능한 경험 비율은 고작 4%에 불과하다. 잠재력과 성장성을 비춰볼 때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는 매우 매력 넘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여행은 점점 더 '경험' 위주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마이리얼트립이 중개하는 현지 상품도 1년 만에 6배 넘게 성장했다. 이럴수록 더 의미 있는 도전이 필요하고, 그럴수록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경험의 질과 양은 더욱 풍부하고 깊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여행업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욱 많은 스타트업과 이 시장을 멋지게 일궈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dongkeon.lee@myrealtr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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