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nanotechnology)'이라는 말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하지만 '나노산업(nanoindustry)'은 아직 명확히 산업 범위가 정의되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제품으로 도드라지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최첨단 산업에서 가장 기본 요소 기술 토대가 된 게 바로 나노기술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한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산업이 나노기술로 성장해왔다. 나노기술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신소재와 첨단 부품 개발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은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노가 바꿀 대한민국의 미래를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히든 테크놀로지의 탄생 '나노'
나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다. '히든 테크놀로지'라는 별칭이 있다. 지금껏 나노는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식되진 않았다. 전 산업 영역에 모두 녹아들어있는 히든카드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하나의 산업은 같거나 유사한 여러 종류의 생산 활동에 관계된 하나의 집단적인 성취 물로 구성된다'고 정의한다. 나노기술을 핵심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로는 반도체 산업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나노산업은 개별 산업보다는 기존 산업과 중첩되는 경향을 보인다. 나노기술에 기반을 둔 다양한 생산물이 창출되고 이미 이들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나노산업'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식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노 산업은 미국에서 태동했다. 2000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나노기술 개발계획을 발표 한 이후다. 이후 세계적으로 나노기술 연구개발(R&D) 붐이 조성됐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기 나노 산업이 태동했다. 2000년 12월 19일 청와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를 주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노기술이 주목받는데 이를 잘 활용해야 IT산업 등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전통산업을 연결해 우리 경제를 세계 선두로 이끌어 가는 개혁에 대해 좀 더 연구해 다음에 보고해 달라”며 나노기술을 처음 언급했다.

이후 2001년 정부에서 범부처 공동으로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나노기술 R&D를 촉진하려는 노력이 본격 가동됐다. 당시 국내 나노기술 R&D 능력은 선진국 대비 25% 수준으로 평가됐다.
당시 국내 나노기술 연구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는 나노팹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R&D 분야에서는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나노기술 관련 3대 프론티어사업(테라급나노소자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이 추진됐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난 현재 국내 나노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2001년 25%에서 2014년 81%로 우뚝 성장했다. 나노분야 SCI급 논문 게재수 5584편으로 세계 4위다. 미국 공개 특허 등록건수는 2001년 81건에서 2014년 522건으로 세계 3위다. 6개 나노팹을 구축하고 2005~2014년까지 총 34만829건의 R&D, 사업화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노, 기술에서 산업으로
2002년부터 나노기술은 전자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5월 인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90㎚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2GB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했다. 메모리 소자, 디스플레이용 소자·부품은 나노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한 셈이다.
나노융합제품 총 매출 가운데 LCD용 소자·부품이 50%(70조원)를 차지한다. 메모리소자가 30%(42조원), 전자부품 패키징 등을 위한 필름소재, 분산체, 이차전지, 화장품, 진단제, 나노복합섬유 등으로 나노 융합이 확산되고 있다.
나노기술 적용 제품이 큰 시장을 형성하면서 '나노융합산업'은 별도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2년부터 산업통계로서 나노융합산업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나노는 일자리를 만드는 1등 공신으로도 꼽힌다. 나노 산업 태동기 이후 우리나라는 나노기술 관련 미국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1000곳을 돌파했다.
2010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는 나노산업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사업 활동을 하고 있는 나노기업은 504개로 조사됐다. 504개 가운데 43%에 해당하는 218개가 나노소재 부문 기업이다. 나노장비·기기, 나노전자, 나노바이오·의료 부문 순으로 기업이 분포한다. 2012년 기준 나노기업 매출 총액은 129조원이다. 전년 대비 27.7% 늘어난 규모인데 총 매출 대부분(91%)을 나노전자 부문이 차지한다.

고용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나노전자 부문이 매출과 고용에서 90% 수준을 점유하는 것은 나노전자 부문 기업들 규모가 다른 부문 기업에 비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나노산업 특징이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 가운데 나노 산업이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8.5%에 달한다. 고용의 5.0%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2010∼2012년 매출 평균 성장률은 19.7%로 제조업 평균 6.2%의 세 배 이상인 수치다. 1인당 평균 매출액도 9억3000만원으로 제조업 평균인 5억5000만원을 상회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