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포유동물 대신 흙 속 벌레로 항암제 독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은 강경수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박사팀이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이용한 항암제 독성 평가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은 흙에 서식하는 1㎜ 크기의 투명한 벌레다. 900여개 체세포와 300여개 신경세포, 2만여개 유전자로 구성됐다. 유전자 40%가 인간에게 보존돼 세포 사멸, 노화 등 생물학적 기작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항암제 독성을 평가하는 실험 동물로 쥐 같은 포유류 대신 예쁜꼬마선충을 선택했다. 꼬마선충에 항암제를 투여한 후 행동이나 성장, 생식에 문제가 없는지 관찰했다.
토포이소머라아제 저해제이자 임상항암제인 '에토포사이드' 독성을 시험했다. 기존 쥐 실험과 연관된 결과를 얻었다.
예쁜꼬마선충은 수명이 3주 정도로 짧고, 1마리가 약 300개 알을 낳는다. 독성물질의 생애 전체, 세대에 걸친 영향을 평가한다. 실험 개체도 쉽게 확보한다. 포유동물 실험 없이 1주일이면 결과를 얻는다.
기존에는 항암제 독성 평가 시 한 달 이상 쥐 100여 마리 정도를 희생시켜야 했다. 쥐의 체중변화, 조직병리검사, 혈액검사를 바탕으로 평가했다. 벌레 이용 시에는 벌레 크기 변화, 알의 개수, 알의 부화 속도, 생식세포 관찰로 독성을 가늠한다.
연구팀은 포유동물 희생을 최소화, 동물연구윤리 준수를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비용 절감, 기간 단축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항암제 후보물질 외에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개발 시 독성 평가에도 이 벌레를 활용할 계획이다.
강경수 KIST 박사는 “예쁜꼬마선충은 비록 벌레지만 사람과 유사한 소화기관, 신경기관 유전자를 갖고 있어 여러 식의약품 효능, 약물 작동원리를 밝히는 데 요긴하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독성학회지(Environmental Toxicology)' 6월 표지논문에 채택됐다. KIST 기관고유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