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이 세계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에 대거 올라섰다. 한국과 중국에서 디스플레이 투자가 집중되자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향후 수년간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투자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한국 장비기업 성장세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매출 상위권에 에스에프에이(3위), AP시스템(9위), 테라세미콘(11위), 주성엔지니어링(13위), 아바코(14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OLED 관련 장비를 대량 공급해 빠르게 기술력과 브랜드를 알리며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DSCC 집계에 따르면 1분기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93% 성장한 45억달러(약 5조611억원)를 형성했다. 설비투자도 작년 동기 대비 106% 성장한 89억달러(약 10조80억원)가 집행됐다.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집중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섰고 플렉시블 OLED에 투자가 몰리면서 관련 장비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1분기 매출 1위를 달성한 캐논은 노광기와 증착기 시장에서 각각 50% 이상을 점유, 작년 동기 대비 504% 성장했다. 전체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매출의 16%를 차지했다. DSCC에 따르면 캐논은 2014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니콘을 제치고 더 많은 노광 장비를 판매했다. 자회사 도키는 OLED 증착기 분야에서 시장 지배적 입지가 공고하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플렉시블 OLED 봉지공정용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기(PECVD) 수요 증대에 힘입어 매출 9%를 점유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국내 기업 에스에프에이가 이름을 올렸다. 디스플레이용 물류 자동화 장비 상당량을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했고 유기물 증착장비를 중국 패널사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둬 점유율 6%를 기록했다. 니콘과 알박도 각각 6%를 점유했으나 매출 성장폭은 에스에프에이보다 적었다.
AP시스템은 플렉시블 OLED 공정에 필수적인 레이저리프트오프(LLO)와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를 공급해 매출 9위로 올라섰다. 매출 점유율은 2%다.
테라세미콘은 11위를 기록했다. 폴리이미드(PI) 용액을 얇은 필름으로 만드는 큐어링 장비와 열처리 장비를 공급한다. 작년 동기 대비 성장폭은 572%로 상위 17개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이 외에 주성엔지니어링(13위), 아바코(14위), 에스엔유프리시젼(15위, 에스에프에이에 인수됨), 비아트론(17위)이 각각 순위에 올랐다.
DSCC는 플렉시블 OLED 장비 기술에 강점이 있는 회사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폴리이미드 코팅 분야의 도레이엔지니어링, 폴리이미드 경화 장비를 공급하는 테라세미콘과 비아트론, AP시스템, 어플라이드, 주성엔지니어링, 박막봉지 장비를 공급하는 카티바를 꼽았다.
한국과 중국의 패널 제조사가 OLED와 대형 LCD에 계속 투자하고 있어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 장비 기업이 점유율을 더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렉시블 OLED 공정에 자동화 분야가 늘어날수록 이 분야 장비 시장도 빠르게 커진다고 전망했다.
로스 영 DSCC CEO는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은 스마트폰 중심이 LCD에서 OLED로 대체되고 LCD 팹보다 투자비가 최소 2배에서 5배까지 더 필요한 OLED 팹 투자가 늘면서 전례없는 성장을 누리고 있다”며 “향후 10년 이상 이 같은 투자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재 60인치를 비롯해 대형 4K TV 패널 공급이 빠듯한데 수년 내 최소 5개 10.5세대 팹이 생기면 생산비와 제품 가격을 절감하는데 효과적”이라며 “새로운 10.5세대 팹은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