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가로막힌 핀테크 해외송금,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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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 단독으로 해외송금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정부가 업계 '과잉규제'입장을 수용해 유관 법 손질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일 금융위와 기획재정부는 기업 단독으로 소액 해외 송금 사업을 하려면 매번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예외규정을 만드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7월 18일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체를 통해 해외송금을 하는 이용자는 매번 송금할 때마다 실명확인을 해야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개정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부칙에 따르면 소액해외송금업자인 핀테크 업체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실명법)'에 따른 '금융회사 등'으로 분류돼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를 지게 된다.

문제는 핀테크 업체는 금융사와 달리 자체적으로 고객계좌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초 회원 가입 시 실명 확인 이외에도 이용자가 송금을 할 때마다 본인명의 계좌인지 매번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핀테크산업협회 등 유관기업이 과잉규제라며 반박자료를 내는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와 기재부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핀테크 기반 해외송금 사업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실명법 적용은 어쩔수 없지만, 기존 금융사도 해외송금에 있어 예외규정이 있는 만큼 핀테크 기업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시행령 유권해석과 예외규정을 추가하는 쪽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외규정이 신설되면 매번 이용자 인증을 하지 않아도 해외송금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초 1번 인증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관련 규정을 바꿔서라도 사업자가 해외송금시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기획재정부도 금융위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유권 해석 등을 통해 핀테크 업체 불편을 해소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송금 할 때마다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게 너무 불편해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었다”며 “이런 주장을 금융위도 인식하고 금융실명법이나 하위 법령 해석을 통해 불편을 해소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송금업을 준비하는 핀테크 업계는 일단 금융당국의 정비안을 기다리고 있다. 핀테크산업협회 차원에서 외국환거래법, 실명법 등 관련 법규 정비를 주문한 이후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에도 관련 의견을 접수한 상태다. 규정 개정 수위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겠지만 금융당국에서도 문제 전반에 공감하는 만큼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향 간편송금을 준비하는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기존 실명법이 핀테크 업체에 그대로 적용되면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다행히 당국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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