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히든피겨스···천재에 인종은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을 펼치던 1960년. 3명의 흑인 여성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최초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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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캐서린 존슨,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엔지니어 메리 잭슨은 우수한 성적으로 프로젝트에 발탁됐지만, 앞길이 순탄하지 않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커피포트를 함께 쓰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으며 연구에는 이름만 올리고 실제로는 참여하지 말라고 한다.

영화 '히든피겨스'에 그려진 인종에 대한 일상적 편견은 인종 간 지능 차이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로 발전했다.

하버드대 리처드 헌슈타인·찰스 머레이 박사가 1994년 출간한 '벨 커브(Bell Curve)'가 대표적이다. 이 책은 사람의 지능은 유전과 환경 중 유전의 영향이 결정적이며 인종 역시 지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며 조사와 통계를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인종 간 지능 차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심리학회는 1995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이전까지 연구된 모든 검증을 바탕으로 벨커브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고서를 냈다. 현상학적으로 인종 간에 지능 차가 존재할 뿐 유전·인종적 차이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고 결론 냈다.

리처드 니스벳 미시간대 교수는 '인텔리전스' 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

지능과 학업 성취도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성장과 교육 환경 차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시간적·지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 부모는 1시간 평균 2000개 단어를 말하지만, 하위계층은 1300개에 그친다.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쌍둥이가 부모 가정환경과 소득에 따라 학업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지능을 결정하는 환경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히든 피겨스 또한 인종 간 지능 차이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한 실화다.

NASA의 주류 백인 남성들이 풀지 못한 가장 어려웠던 문제를 결국 세 흑인 여성이 푸는데 성공한다. 극심한 차별 속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실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결과였다.

히든피겨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 열린사회에서 더 많은 노력과 재능이 꽃피울 수 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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