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위원장 "지나친 규제는 투자 저해”···망중립성 폐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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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파이 美 FCC 위원장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선언했다. 내달 중순 FCC 표결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망중립성에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만큼 향후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이 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프리덤 웍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제정한 오픈인터넷 규칙을 뒤집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를 정부가 강력 규제하는 현재 규정을 바꿔야 한다”면서 “지나친 규제는 네트워크 투자를 저해하고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타이틀Ⅱ'인 통신사 산업분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바마의 오픈인터넷 규칙 핵심은 미국 '통신법 706조' 산업분류에서 통신사를 포함한 ISP를 타이틀Ⅱ로 분류한 것이다. 유선 집전화와 같은 분류에 넣으면서 ISP에 강한 공공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급행 회선(fast lane)' 등 속도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네트워크 접근권을 보장했다.

통신사는 환영했다.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망중립성의 기본 전제는 존중한다”면서도 “2015년 FCC가 오픈인터넷 규칙을 제정한 것은 다이얼 전화를 관장하던 80년 전 방식으로 인터넷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매우 비논리적이었다”고 말했다.

FCC 공화당 위원 마이크 오라일리는 “인터넷을 어둡고 끔찍한 심연으로 몰아넣은 망중립성 규정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와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날 8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파이 위원장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통신사, 케이블 등 대형 네트워크 회사가 작은 업체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방형 인터넷 정책을 지지한다”고 역설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참여한 '인터넷 협회'는 이달 초 파이 위원장을 만나 망중립성 지지 의사를 전달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파이 위원장의 망중립성 폐지 시도는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CC는 다음 달 18일 망중립성 폐지 안건을 상정해 표결한다. 3대 2로 공화당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반드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 FCC 규정상 여론을 무시한 채 표결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이 변경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ICT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통신사는 트래픽 급증, 외국계 인터넷 업체 탈세 문제 등을 내세워 우리나라도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포털 등 인터넷 업계는 콘텐츠 이용 대가를 소비자가 요금으로 부담한 만큼 네트워크 이용료를 따로 낼 필요가 없다고 맞선다.

대선 결과에 따라 망중립성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문재인 후보는 인터넷에 대해 '보편적 네트워크 접근권'을 강조한다. 망중립성과 친근한 개념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제로레이팅(기업이 데이터 부담)'을 활성화해 데이터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망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이 강조한 '망중립성 폐지의 4가지 이점', 자료:FCC>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이 강조한 '망중립성 폐지의 4가지 이점', 자료:FCC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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