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양한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W)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SW의 중요성을 인지한 덕분이다. 이미 의료기기의 SW 탑재 비중도 4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대구 디지털헬스케어SW시험평가센터 구축을 시작으로 의료기기 SW 역량 확보에 나섰다. 국제표준 가이드라인 개발도 지원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의료기기 SW 개발부터 사업화, 인허가에 이르는 전 주기 SW 역량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SW 안정성 및 유효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부터 의료기기 SW 품질 평가와 인허가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들 부처가 진행하는 지원 사업이 상당 부분 겹친다. 유사 지원 사업으로 인한 비효율성이 우려된다. 범정부 차원의 로드맵 없이 각 부처가 제각각 진행하다 보니 중복 투자로 인해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합 거버넌스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분야의 데이터 순도가 매우 높다. 의료보험 제도가 잘돼 있는 덕분이다. 각급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만 잘 활용해도 의료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통신 강국이다. 전국 병원에 흩어져 있는 의료 정보를 초고속 통신망으로 공유, 빅데이터로 모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의사 없이도 간단한 진료나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AI 닥터' 출현이 결코 꿈 속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거버넌스다. AI 닥터를 현실로 불러내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부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힘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의료기기 SW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사업은 그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의료 정보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내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업적 이해 관계와 개인정보 보호를 비롯한 사회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통합 거버넌스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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