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실사 영화가 나왔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영화로 나올 수밖에 없던 애니메이션이 공각기동대다.
영화를 볼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시로 마사무네와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주는 감동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공각기동대 속 인물들 대사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동양적이다. 블레이드 러너처럼 단순히 유전공학으로 만들어진 '레플리칸트(복제품)'가 아니다. 인간과 사물이 하나가 된 존재이자 의식과 망각, 현실과 가상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간 본질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다. 바로 사이보그 '구사나기 모토코'다.
이점에서 공각기동대는 매사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서양 철학과 다른 범신론에 기반한다. 여기서는 인간과 신의 경계조차 불분명하다.
공각기동대 OST인 '환생'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춤을 추면 아름다운 여자는 취하리, 내가 춤을 추면 밝은 달 소리 울리리, 결혼을 위해 신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밤이 걷히면 누에토리(호랑지빠귀 또는 일본 전설의 요괴)가 슬피우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동양적인 세계관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에 서양인이 열광했다는 사실이다. 공각기동대는 영화 '매트릭스'나 '제5원소' 감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스필버그 같은 감독조차 실사 영화를 만들기 위해 판권을 사들일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유학 시절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처음 보았을 때는 감동보다 분함이 앞섰다.
1989년 시로 마사무네 망가(만화)로 공각기동대가 출간되었을 당시 한국은 온통 거리에 최루탄이 난무하는 정치적 혼동기였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독재 아성에 짓눌려 있을 때 일본 작가들은 미래 사회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고 있었다. 30년이 지난 이제 그 누구도 공각기동대가 그리는 세계를 가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니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각기동대는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일주일 고민 끝에 영화관에 갔다.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철학적인 대사는 정체불명 언어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스토리는 헐리우드풍 액션 영화로 변질됐다. 주인공 스칼렛 요한센은 구사나기 모토코 번뇌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가족과 연인을 위해 복수하는 히로인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는 하지만 공각기동대가 태평양을 건너면서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 없는 단순 액션물이 되어 버린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더 슬픈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예견한 이런 작품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아니 2002년 공각기동대가 정식으로 한국에 수입되었을 때 일본판 에로물이라느니 폭력물이라느니 하는 비난까지 받았다.
주인공이 '전라(사실은 광학미채라는 투명슈츠를 입고 있지만)'로 빌딩에서 뛰어 내려 살인을 하는 장면이 문제였다.
한국 애니메이션과 그 철학에 감동한 미국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은 언제쯤 들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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