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검증]③SW정책- "독임부처 반대, SW 고질 병폐 방안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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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 산업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영역이다. 이전부터 해결되지 못한 저평가된 제품 가치, 공공구매제도 등 난제가 숱하다. 중소기업 육성, 근로자 처우, 일자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반면에 지난해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 뒤 미래 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동력으로 SW 산업 육성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주요 대통령 선거 후보들 모두 SW 산업 육성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후보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 경쟁력을 높일 역군을 표방한다. 미래 먹거리 육성 차원에서 공약은 후보 간 방향성에 큰 차이가 없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고 금지된 것을 빼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 발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양성용 SW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SW산업계가 안고 있던 고질적 문제 해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SW 제값 주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뿐이다. 두 후보만 정부·공공기관 구매, 용역발주 문화 개선을 거론했다. SW업계에서는 과거 문제 해결 없이 미래 정책만 강조하면 사상누각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 정권에서 SW 독임 부처가 신설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후보 대부분이 전담 부처보다 정보통신기술(ICT), 4차 산업혁명 전담 부처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인공지능 퍼스트'와 규제 패러다임 전환 강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SW 정책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다.

'모바일 우선'을 넘어 '인공지능 우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반도체가 전자·통신 산업의 쌀 역할을 했듯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고 내다봤다.

빅데이터망, 사물인터넷(IoT)망 구축 등 기초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공공빅데이터센터 설립, 기업이 IoT망을 이용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한다. 스타트업 공공 부문 조달 참여 보장, 의무구매 비율 확대도 거론했다.

SW 기술과 실제 산업의 융합을 강조한다. 문 후보는 “새 정부에서 공공건물 한 채도 그냥 짓지 않겠다”면서 “스마트하우스, 스마트도로, 스마트시티를 짓겠다”고 말했다.

SW 인재 양성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SW 교육을 의무화한다. 앞으로 5년 동안 초·중등 SW 교사 5만명을 양성하고, 대학 컴퓨터과학 전공 비중을 확대한다.

SW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액티브X' 폐지 공약이다. 정부·공공기관 사이트에 '노플러그인' 정책을 도입,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다.

그러나 세부 SW 공약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 지원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ICT 네거티브 규제 전환 방침을 밝혔지만 개인 정보는 위치정보, 의료정보 등 데이터 규제법을 어떻게 개선할지 미지수다. '보호돼야 하는 개인 정보를 제외한다'라는 전제를 달았다.

◇안철수, SW업계 병폐 개선·4차혁명 체력 확보 초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보안 솔루션 기업 창업자 출신으로서 SW 산업과 4차 산업혁명 전문가임을 내세운다. 범국가적 SW 역량 강화로 4차 산업혁명의 기초 체력을 확보한다. SW 분야의 체계적 진흥 정책을 수립, 국가 성장엔진으로 삼는다. SW 산업 육성 정책에서도 아이디어를 가로막는 규제는 풀되 공정성을 위한 규제는 강화한다는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SW업계의 숙원 과제를 해결한다. 갑을병정식의 불합리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개선한다. SW 개발 단가와 SW 유지보수율 현실화 정책을 마련한다.

SW 연구를 국가에서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한다. 정부가 과제를 제시하는 방식보다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AI, 미세먼지, 자율주행자동차 등 수요 연계형 연구를 장려한다. 연구자가 주도해 과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SW 교육을 강화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SW 교육을 의무화하고, EBS를 활용해 SW 교양 교육을 강화한다. SW 창의성을 바탕으로 창업 활성화를 지원한다. SW를 접목해 규제 없는 창업드림랜드(스타트업특구)를 조성한다.

공공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분야는 '개방'이 키워드다. 공공 영역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하고 블록체인 등 사이버 보안 강화로 이용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SW 분야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산업 종사자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등 근무 근로 조건을 개선한다. SW 종사자의 연평균 근로 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한다. 근로 시간 투명화를 위해 근로시간공시제를 도입한다. SW 업무 특성을 감안해 핵심 근무시간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 근무 제도를 확대한다.

◇후보 간 정책 차이 별로 없어…실행이 중요

주요 대선 후보 간 SW 산업 육성 방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 현재 겪고 있는 SW 산업 문제의 근본 원인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는 있다.

홍준표 후보는 SW산업 문제 핵심으로 정당한 가치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중요성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기술력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력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산정하는 시장 인식이 원인이다. 정부의 SW 구매·용역발주 기준부터 기술력 기준의 단가 책정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민간에서도 SW는 공짜라는 인식, 저렴하다는 인식을 바꾼다.

SW가 제 값을 받게 되면 근로자 처우 등도 함께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근로 시간 준수는 중요하지만 산업 특성과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할 때 유연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 육성은 민간 주도가 적절하지만 중소기업과 SW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 연구개발(R&D)에 3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 SW 독임 부처보단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ICT 전반을 전담할 부서로 과학기술정보부를 신설한다. 별도로 SW진흥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도 불필요한 규제와 정부 간섭 최소화로 민간 자율성 및 혁신을 유도한다는 기본 입장에 찬성한다. 이용자 보호 등 국민 권리 및 공공성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 주도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공공기관 SW 구매 시 오픈소스 SW 구매비율 할당제 도입 등 오픈소스 프로젝트 지원을 강화한다. 공공사업에서 공정한 하도급 질서 구축, 공동 수급 활성화로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ICT 노동자가 운영에 참여하는 'ICT노동인권센터'를 설립한다. 업계에 만연한 포괄임금계약 관행 철폐, 시간외 근로 축소, 실질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SW 개발자 근로 특성에 부합하는 산업 재해 위험 요인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한다.

SW 교육 활성화와 관련해 교사, 인프라 등 교육 환경 개선을 실시한다. 기능 위주 교육에서 탈피한 논리력과 콘텐츠 교육 프로그램 개발 강화는 차별점이다. 재교육이 어려운 중소기업 현직자에게 최신 기술 교육 사업을 실시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교육을 위해 SW코딩 교육을 강화한다. 이공계 진학 학생에 국가장학금도 확대한다.

유 후보는 근로자 처우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비정규직 채용 자체를 제한하는 '비정규직사용총량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저임금은 3년 안에 1만원으로 올린다. 정시 퇴근을 확대하는 칼퇴근법도 거론했다.

SW 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은 무차별적 확대보다 비용 효율성을 강화한다. R&D 과제 사업 선정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 연구자 커뮤니티의 의사결정권한 독립을 보장한다. 과학자와 전략가가 모여 결정하는 방식으로 거버넌스를 재편한다.

규제 완화를 추진하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 속의 약자 생존을 돕는 방안 마련도 빼놓지 않는다. AI 확대로 인한 실업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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