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올 1분기 내수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기아차 세단 판매 부진 탓이다.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아우디·폭스바겐 때문에 수입차 점유율도 하락했다. 반면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점유율이 증가했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승용차 시장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한 35만8128대를 기록했다. 국산차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0.1% 증가한 30만3602대로,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차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5만4526대를 기록했다.
2년 연속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1분기 내수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업체별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점유율이 31.6%, 29.3%를 기록해 각각 지난해 1분기보다 0.8%포인트, 2.1%포인트 하락했다.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은 60.9%로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규모가 감소한 수입차도 1분기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감소한 15.2%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올해 그랜저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큰 인기를 얻는 모델은 없지만 여름부터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해 내수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기아차는 주력인 레저용차량(RV)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하반기에는 스팅어, 스토닉 등 신차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는 1분기 내수시장 점유율이 올랐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출시한 SM6, QM6 등 신차를 앞세워 내수시장 7.2%를 차지했다. 신차효과가 나타나기 전인 지난해 1분기보다 2.6%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이다.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6.4% 상승했다.
쌍용차는 3년째 신차효과를 이어가고 있는 '티볼리' 덕분에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6.8%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한국지엠은 내수 점유율 10%를 눈앞에 두게 됐다. 스파크, 크루즈, 말리부, 트랙스 등 지난해 다양한 신차를 출시한 덕분에 내수 점유율 9.9%를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승용차 시장 성장이 정체기를 맞으면서 업체 간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이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면서 현대·기아차, 수입차 고객들이 많이 돌아선 것이다. 특히 티볼리는 2015년 1월 출시 이후 3년 동안 신차 효과를 이어가면서 쌍용차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볼리는 출시한 지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월 평균 5000대가량 팔리면서 B세그먼트(소형) SUV 시장에서 트랙스, 니로 등 신차를 제치고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SM6, QM6 등 신차를 통해 올 1분기 높은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월 이후 본격적인 신차를 출시했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숨어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양적 성장에는 당분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경제 불황이 계속되고, 현대·기아차 내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간 성장세를 유지하던 수입차 시장이 '디젤게이트' 이후 정체를 겪고 있는 점도 양적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