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더불어서 핀다. 시기를 알고 군집을 이룬다. 개나리는 4월 초, 장미는 5월을 기억한다. 이것은 경쟁력의 산물이다. 꽃마다 달라야 벌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들 정보는 더불어 공유(共有)된다. 피는 시기, 모양, 색깔은 중복되지 않는다. 자연계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존한다. 지구는 덕분에 아름답게 보전될 수 있다. 경쟁은 종(種)의 성장을 가져오고, 공유는 이보다 더 큰 개념의 생존을 보장한다.
광통신 업체 지오씨의 박인철 사장으로부터 산업계 공유 방안을 듣는다. 박 사장은 “힘들여 개발한 원천 기술을 개방하려 한다”고 밝힌다. 빛(光)을 이용한 근적외선 기술을 원하는 기업에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나눔으로써 더 커지는 생태계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의 말이 봄날의 꽃잎처럼 다가왔다.
인공지능(AI)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의 딥마인드는 지역 대학과 연구소(랩)를 공유한다. 신기술 관련 자료도 곧 개방할 예정이다. 4차 산업 선두 기업들도 빅데이터, AI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및 자율자동차 등에 관한 테크닉을 공유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명백한 변화다. 4차 산업이 이런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인체의 DNA가 모든 세포에 공유되듯 4차 산업의 많은 기술이 '공유'라는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꾸려진다. 지금까지 '경쟁'과 '성장'이 기업 경영의 주요 요소였다면 이제 여기에 '공유'를 더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공유 플랫폼에는 탐욕이 묻어 난다. 공유를 통해 지배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투자를 앞세워 선점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탓에 고객이 몰린다. 작은 기업들을 살아남지 못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유라는 개념에 걸맞지 않는 최대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이 패러다임은 존중돼야 한다.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 포기 쪽보다 크기 때문이다.
공유의 대상은 기술과 데이터다. 그런데 기술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격차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만들어지고 나면 이미 낡은 것이 된다. 당연히 정책도 변해야 한다. 보존 기술보다 향후 실시간으로 탄생될 기술 흐름을 통제하고 공유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도시의 모든 공공 데이터·통신 회사들과 기상청·통계청 등에서 나오는 고급 데이터들이 플랫폼으로 제공돼야 한다. 이 같은 나눔은 아래로부터의 성장도 지원하는 효과를 갖는다. 대한민국 400만 중소기업들도 나설 수 있다. 공유를 통한 융합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게 4차 산업의 본질이다. 신기술 빅뱅을 기대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나누자는 개념은 아니다. 핵심 기술은 개별 식물의 특성처럼 보유돼야 한다. 새로 탄생된 기술과 데이터가 더 많은 산업의 빅뱅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을 공개토록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몫이다.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공유경제, 경제 민주화와도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세계 1위다. 미국보다 반년 뒤졌지만 지금부터 준비를 잘하면 된다. 기본이 축적돼 있기에 얼마든지 앞설 수 있다. 정치가 발목을 잡았지만 복원되고 있다. 새 정부를 비롯한 모든 산업 개체도 신발 끈을 매야 할 시기다. 봄꽃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 모든 것에 기대가 넘치는 계절이다.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kjw570@hanmail.net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