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입지 줄어든 석탄화력, 신기술 융합으로 활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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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후 체계는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발효된 파리협약에 의거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통해 지구 기온의 상승폭(2100년 기준)을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세계 195개국 간 협약이다.

이번 협약으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 배출전망치(851만톤) 대비 37%p(315만톤) 감축을 목표로 발전 분야에서는 감축량 대비 64.5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할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국내 발전 분야에서 석탄발전은 대부분 기저 부하를 담당하고 있다.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의 28.9%를 차지하고 있지만 계통한계가격(SMP) 저하, 전력 예비율 상승,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로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한국 표준형 석탄화력으로 오랫동안 활약해 온 500㎿급 설비는 대용량(1000㎿) 발전소의 진입에 따라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는 발전설비 효율 증가를 통한 이용률 증가로 좀 더 500㎿ 석탄화력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발전소 효율 증대는 신기술·신소재 적용으로 끌어낼 수 있다. 대표 사례로 최근 한국중부발전이 연구하고 있는 발전소 복수기인 튜브 그래핀 코팅을 들 수 있다. 복수기는 발전기 보일러에서 생산한 증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터빈에서 배출되는 증기를 냉각, 응축시켜서 물로 회수하는 장치를 말한다. 터빈에서 증기가 보유한 열 낙차를 크게 해서 터빈 효율을 상승시킨다. 복수기 튜브 코팅으로 좀 더 효과 높은 배출 증기 응축과 플랜트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신축성 또한 매우 좋은 차세대 소재다. 열 전도율도 구리의 10배가 넘고, 빛은 98%를 통과시킬 정도로 투명한 점이 특징이다.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 형식을 띤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를 결합해 그래핀이라 부른다.

기존의 복수기 튜브는 내식성 강화를 위해 고분자 코팅이나 티타늄 재질의 튜브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열 전달률도 낮았다. 반면에 그래핀 코팅을 이용하면 매우 얇은 코팅층을 형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높은 열 전달률을 끌어낼 수 있다. 그래핀 소재 자체에 있는 소수성(Hydrophobic)을 이용해 응축수 회수율을 높여서 전체 발전소의 효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신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지난 2015년 복수기 튜브 코팅에 그래핀을 사용하는 실험을 통해 기존의 코팅 대비 열 전도가 4배 이상 우수하고 지속성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이 신기술 적용을 통해 발전소 효율을 2~3%포인트(P) 상승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발전 연료 절감으로 연간 수백만달러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복수기 배관의 그래핀 코팅은 미국에서 실증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1~2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국내 발전소에서 그래핀 코팅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 중부발전은 이 기술을 발전소 현장에 적용, 노후 발전소의 효율성 증대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 능력을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석탄화력은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으로 꼽히면서 점차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래핀 코팅처럼 신기술을 적용해 효율 증대와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찾아간다면 기후변화시대에도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태 한국중부발전 선임기술전문원 kjtkino@komip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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