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정중동(靜中動)'이다. 우선 조용하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각 부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현장 행보를 크게 줄이며, 엄정하고 공정한 대선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튀어서 좋을 것 없다'는 분위기가 관가를 짓누른다. 이런 와중에 각종 통상 현안이 불거진 산업통상자원부와 세월호 인양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해양수산부 정도만 보인다. 현안이 없으니 부처가 조용하다고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제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면 된다.
하지만 관가는 동요하고 있다. 조기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탓이다. 예전에는 대선 이후 정권 인수위원회를 거치며 업무보고와 정부 조직개편에 대비할 수 있는 '확실한' 일정이 있었다. 출범을 앞둔 차기 정권 기조에 따라 나름대로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이번에는 그게 안 보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어디 물어볼 데도 없다.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정부 조직개편안도 공무원을 흔든다. 국민들 만큼 공무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장미 향기 속에 대선은 치러지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것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국정 안정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안보, 경제, 산업 현장에 대응하고 중장기 전략을 짜는 것은 정권의 몫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몫이기도 하다.
공무원에게 예측 가능한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 최소한 각 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취임 이후 국정 운영 철학과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그래야 공무원들이 미리 대비하고 빠르게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 국민은 각 대선후보에게 경선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전투구 보다 냉철한 국정 철학을 요구한다. 공무원도 누구보다 중요한 국민이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