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1월 5일 연암 구인회 LG 창업회장이 부산 서대신동에서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했다. LG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다. 화장품 '럭키크림' 제조로 시작한 LG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LG는 지난 70년 동안 우리나라 최초로 화학산업과 전자산업을 개척하며 국가 산업과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플라스틱, 치약, 세탁기, 냉장고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1947년 화장품 제조로 창업 1년 만에 3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20년 뒤 전자사업 성장과 함께 60억원 매출로 성장했다. 국제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1970년 520억원, 경영 혁신을 본격화한 1990년에는 16조원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지난해는 약 150조원 규모로 도약했다.
종업원 수는 20명으로 시작해 현재 국내 약 13만7000명, 해외 약 8만5000명 등 총 22만2000여명이 근무한다.
앞으로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 3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 준비도 철저히 한다. 사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친환경 미래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솔루션, 바이오 등을 성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해 혁신 기업으로 도약을 노린다.
◇무수한 '최초' 수식어, 한국 산업근대화 지평 열어
구인회 LG 창업자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무수히 만들어 내며 우리나라 화학 및 전자산업을 개척했다.
락희화학공업사로 화장품 제조업에 진출한 후 20년 동안 산업 근대화 지평을 열어 나갔다. 화장품에 이어 플라스틱 제품을 선도적으로 생산했고, 1955년에는 럭키표 치약도 생산했다. 플라스틱 공업이 성장 한계에 부닥치자 1958년 금성사(현 LG전자)를 설립하며 전자산업에 도전했다. 금성사는 국내 최초 라디오, 흑백TV 등을 연이어 개발하며 전자제조업체로 성장했다.
LG는 1970년 1월 구자경 회장이 취임하면서 변화와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1970년대에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
구자경 회장은 2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내실 있는 안정 성장'을 표방했다. 이후 LG는 화학산업과 전자산업을 양축으로 삼아 석유화학·정밀화학·에너지·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와 건설·증권·유통·보험·금융 등 서비스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갔다.
1970년대를 관통하며 LG는 10개 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했고, 19개 공장을 세웠다. 금성사 중앙연구소와 럭키중앙연구소를 비롯해 모두 8개 연구소도 설립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10여년은 변화와 혁신의 시기였다. LG는 1983년 그룹 이름을 럭키그룹에서 럭키금성그룹으로 변경하고 미래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럭키금성은 국제화와 첨단 기술 개발, 신규 사업 진출 등에서 큰 경영 성과를 거뒀다.
화학과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는 원유 정제부터 석유화학 원료, 플라스틱 가공에 이르는 석유화학산업 일괄 체제를 구축했다. 전자산업은 인공지능(AI) 전자제품, 반도체 등을 개발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 생산 법인을 설립해 전자산업 발전과 세계화를 선도했다.
1995년 1월 LG는 구본무 3대 회장이 취임하며 새롭게 출발했다. 'LG'라는 새로운 이름도 이때부터 사용했다.
구본무 회장 취임 이후 LG는 '정도 경영'을 통한 '일등 LG'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동통신, LCD, 반도체, 에너지, 유통사업에 도전해 성과를 거뒀다. 중국과 유럽, 미주 지역에서 광범위한 세계화 전략을 다각도로 펼치는 등 세계 속에 LG 이미지도 심어 나갔다.
1997년 말 한국에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거치면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구조 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와중에 반도체와 카드, 증권 등 LG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계열사를 매각하는 아픔도 겪었다.
위기를 극복한 LG는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선진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LS그룹과 GS그룹으로 계열 분리를 단행했다. 창업 이래 이어진 57년 동안의 구·허 동업 경영 체제도 아름답게 마감했다.
◇혁신과 변화로 영속 기업으로 도약
창립 70년을 맞은 LG는 혁신과 변화 지속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기회를 마련해 영속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구본무 회장도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 주력 사업을 쇄신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LG는 올해 프리미엄 가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고부가 기초 소재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 제고를 노린다. 친환경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 사업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쌓아 성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지속 확대하는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모두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신성장 사업인 VC사업본부는 GM '쉐보레 볼트EV' 부품의 공급 안정화로 내년 전기차용 차량부품에서 매출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차량용 핵심 부품과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성장 엔진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VC사업본부 출범 이후 매년 3000억~4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B2B 조직은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관련 시장, 빌트인 가전시장 등을 공략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TV로 글로벌 프리미엄 TV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급성장하고 있는 중소형 P-OLED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5조원 중·후반대의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 전체 투자의 약 70%가 대형 OLED와 POLED 신기술 개발 및 설비 등이다. 기존 LCD시장에서도 초대형, UHD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다.
LG이노텍은 모바일용 카메라모듈, 차량부품, 기판소재, LED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차별화 신기술과 신공법을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LG화학은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소재 분야 등 기존 사업의 사업 구조 고도화에 집중한다. 바이오를 포함한 신성장 사업 육성으로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구축한다. 특히 자동차 전지와 기초소재 분야 등에 약 2조7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밖에 에너지, 물, 바이오 3대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R&D 투자를 강화한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로의 성공 진입을 위한 네트워크 설계와 구축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올해 1조3500억원을 사물인터넷(IoT), IPTV,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에 투자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