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한민국 대통령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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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1일' '1995년 12월 2일' '2009년 4월 30일'.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 또는 체포돼 조사를 받은 날이다. 이들이 소환되던 그날, 국민 가슴에는 아픈 상채기가 하나씩 남았다. 대통령이 상처가 되던, 설명하기 어려운 먹먹함의 대상이 되었던 그날이었다.

'2017년 3월 21일'. 또 한 분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다. 그 시각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된 국민은 '구속수사'와 '탄핵무효'를 외쳤고, 눈과 귀는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 입에 집중했다. 일어난 일은 털어내고, 미래를 향할 수 있는 치유의 메시지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기를 기대했다면 과욕이었을까.

지난 수개월 '최순실 농단 의혹' 조사 과정에서 반복해 들었던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는 '짧은 두 마디' 말이 전부였다. '송구스럽다'는 말로 국민의 아픔이 가시길 바란 것일까. 아니면 '역사는 훗날 기록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편가르기를 끝내고 다시 힘을 합쳐 국민대통합과 상처를 어루만지길 바라던 국민 대다수에게 이날의 두 마디는 어떤 '울림'도 되지 못했다.

대통령 자리는 잔혹했다. 4명의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았고, 5명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가슴앓이를 했다. 국민은 그것을 대통령 잔혹사라 부른다. 잔혹한 대통령을 숱하게 보아온 국민은 왠만한 것으로 놀라지 않는 강심장이 됐다. 하지만 첫탄핵을 지켜보는 현실은 기쁘지만 않다. 탄핵에 찬성했던, 반대했던 사람 모두 대한민국 앞날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좌우, 세대, 남녀간 갈등이 생겼다. 그것을 치료해야할 것은 온전히 우리몫으로 돌아왔다.

대통령 탄핵 사태를 바라보며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론 분열과 곤두박질친 국격 하락이다. 가장 절실한 것은 세대간, 계층간 갈등, 기업인의 상실감을 치유할 국민 대화합이다.

대화합의 물꼬는 대선후보와 박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정치인은 선거 때문에 반대파 상처를 건드리는 말과 구호를 최소화해야한다. 이제는 화해 메시지로 그들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그래야 경제인이 나라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와 결혼했다'는 당신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잘잘못을 떠나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가슴아픈 것은 나로 인해서 많은 기업인들이 곤욕을 치뤘다는 것입니다' 등의 말을 건넸다. 시시비비를 떠나 사회 갈등 치유를 위한 최소한의 메시지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자신을 추종하는 '태극기'와 상처입은 마음을 표출하는 '촛불' 모두에게 힘이 되는 어렵지만 의미있는 통합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국민은 “모든 것은 제 책임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더 이상 나로 인한 분열과 혼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라는 '짧은 두 마디'를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던질 것으로 믿고 있다. 당신은 '위대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중 한 분이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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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호 통합뉴스룸 부국장 khs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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