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화웨이도 미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순히 시장 상황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슈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 화웨이 진입을 막고 있다. 보안 우려가 이유다.
2012년 미국 의회 정보위원회는 비공개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중국 군사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네트워크에서 움직이는 정보를 화웨이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주장대로라면 화웨이는 중국에서 통신·네트워크 장비를 원격으로 조정, 주요 기관망을 무용지물로 만들거나 조정할 수 있다.
보고서 사건 이후 미국 시장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416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통신 시장을 잃게 된 셈이다.
2015년 기준 화웨이 북·남미(Americas) 시장 매출은 389억위안이다. 전체 매출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매출은 남미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견주기 어려운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화웨이 진입을 차단한다는 해석도 적잖다. 화웨이 관계자는 “세계 공인 기관에서 보안성 검토를 마치고 보안 관련 인증도 다수 확보한 장비”라면서 “미국이 지적한 보안 문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웨이 막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보호 무역주의가 팽배, 중국 기업에 대한 방어 전략은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도 미국 의회가 보안 문제를 제기하며 화웨이의 5G 장비 진입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