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40돌을 맞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국제사회에서도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에 `전 국민 의료보장`을 이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보건의료지출 관리시스템은 해외까지 전파하며 전자정부 수출 모델로 부상했다.
그동안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40년 준비에 착수했다. 정밀의료, 바이오 빅데이터, 만성질환 관리 등 급속한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대응 이슈가 산적했다. 전 산업에 걸쳐 불어 닥친 4차 산업혁명 환경에도 선제 대응이 필수다. 국민 의료보장은 물론 헬스케어산업 지원기관으로 발돋움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사와 미래를 짚어봤다.
◇1977년 최초 의료보험제도 시작…12년 만에 전 국민 확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 효시는 1963년 12월 공포된 `의료보험법`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구빈정책을 넘어서 민주국가 건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첫 발을 뗐다. 정치, 경제적 문제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다 1977년 1월 의료보험협의회가 발족하며 본격화됐다. 의료보험조합 설립에 필요한 제반작업을 거쳐 1977년 7월 1일 국내 최초로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료보험이 시작됐다. 동시에 전국 486개 의료보험조합이 설립되고 의료보험 급여가 개시됐다. 같은해 12월에는 국가 또는 지방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대상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됐고 1979년에는 군인가족과 사립학교 경영기관 직원까지 포함하는 개정안이 공포됐다.
1986년 정부는 `국민복지증진대책`을 통해 1988년 농어촌 지역, 1989년 도시지역에 의료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보험 제도 첫 시행 이후 12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열렸다.
의료보험 통합을 선거공략으로 내세운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0년 7월 1일 의료보험 완전 통합이 이뤄졌다.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의료보험조합이 통합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새 출발하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신설됐다.
◇건보제도 성공, ICT에 답 찾다
의료보험제도가 국민과 의료기관 모두에게 빠르게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은 ICT 힘이 컸다. 진료비 청구, 심사, 지급 등 전 과정이 전산화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효율성은 높아졌다.
전산화 도입은 1979년 의료보험협의회(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정보를 저장, 검색하기 위해 첫 진행됐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의료보험 전산시스템 개발을 맡았다. 1980년대 초 진료비심사청구건 처리와 의료기관 자원관리, 진료행위, 약가분석 등 상세한 통계생산을 목적으로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1990년대 들어 전자문서교환방식(EDI)을 이용한 자료 송·수신이 가능해지면서 심사청구 과정도 간편해졌다. 당시 3억건이 넘는 진료비 명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해 보건의료 통계생산, 국민의료비 절감, 진료비 청구와 심사과정 투명성 등에 초석을 다졌다. 전자청구시대 실현은 물론 컴퓨터로 수가·약가를 점검하고 전산으로 심사하는 `전자심사시스템`이 완성됐다.
2000년대부터 `빅데이터 시대` 기본을 다졌다. 산재한 국민 진료 정보를 집약하고 맞춤형 정보 실시간 생산을 위한 정보분석시스템을 구축했다. 2010년 의약품 처방과 조제시 의약품 안정성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DUR(Drug Utilization Review) 시스템을 완성했다. 환자는 병원에서 처방 받기 전 혹은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기 전에 병용 금기약 등을 미리 점검 받게 됐다. 2013년 차세대 건강심사평가시스템(HIRA 플러스) 구축, 2016년 맞춤형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데이터웨어하우스(DW) 재편 프로젝트도 우리나라 건보제도 경쟁력, 투명성 확보에 계기를 마련한다.
◇ICT 기반 건보 시스템, 세계로 간다
ICT 기술을 활용한 우리나라 건강보험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표준화된 청구자료와 요양기관 현황 자료를 활용한 인공지능 심사·평가 시스템까지 접목되며 의료 질, 비용 적정성을 높이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실제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했지만 생산성은 4배 이상 떨어진다.

최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 `HIRA` 수출까지 달성했다. 바레인은 HIRA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제도를 구축한다. 우리나라 의료비 운영·관리 체계가 해외에 뿌리 내리는 첫 사례다. 심평원은 전자정부 수출 역군으로 HIRA를 활용, 중동을 넘어 동남아시아, 유럽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한 4차 산업혁명 대응으로 미래 40년을 준비한다. 현대의료는 ICT를 활용한 정밀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 중이다. 핵심은 데이터다. 심평원이 40년간 축적한 국민 건강, 진료 정보는 2조8000억건에 달한다. 데이터 활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행정자치부, 기상청, 질병관리본부, 국립중앙의료원, 통계청 등과 데이터를 연계했다.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사업, 연구 지원도 강화한다. 진료정보, 의약품, 의료자원 정보 등을 꾸준히 수집하고 보건의료 빅데이터개방시스템으로 공개한다. 임상연구, ICT 기반 비즈니스 모델 발굴 지원 등이 목표다. 보건의료분야 지식베이스 구축,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 오픈 R&D 센터 시범 운영 등도 데이터 공유, 공개 방침을 실천한 사례다.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해로 설정한 심평원은 2025년 `지구촌 모건의료구매 시스템 표준`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자의무기록(EMR) 기반 진료비 청구·심사 효율화 시범사업과 심사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건보시스템을 세계가 표준으로 통용하는 새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황의동 심평원 개발상임이사는 “올해는 1977년 태동한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40돌을 맞는 해로 그동안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패한 사업을 분석해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UN과 세계 각국이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지속적 건강보장을 견인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