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탄 애니메이션, 공감 아이콘 되다

어린이의 전유물 또는 흥밋거리로 치부되던 애니메이션이 관련 기술발전으로 바뀌고 있다. 다양한 미적 가치와 교훈, 소통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영역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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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시리즈 등 최근 애니메이션은 그래픽과 시나리오 기술들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장르가 됐다.(사진=CJ E&M 제공)

◇ 평면을 뛰쳐나온 애니메이션, 실제와 감성 갈림길에 서다

애니메이션은 제작방법이나 형식에 따라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대중적으로는 화면질감에 따라 2D와 3D로 구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2D 애니메이션은 종이 그림만화를 영화로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구축된 장르다. 초당 12~48장의 그림을 압축, 한 번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표현한다. 2D 애니메이션은 보통 평면적인 캐릭터와 배경이 주는 부드러운 감각에 역동성을 부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3D 애니메이션은 높은 실체감을 요구하는 대중의 인식과 IT 발전에 부합해 등장했다. 평면적인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컴퓨터 그래픽기술을 동원해 생생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3D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현실적인 배경묘사로 관객영역을 성인층까지 넓혔다는 점이 크게 인정받는다.

두 애니메이션은 각각의 장점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한편, 다양한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특히 3D 애니메이션은 애니적 정서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3D 애니메이션은 파도나 불꽃, 수풀의 움직임, 모래먼지 등의 배경 부분과 머리카락의 흩날림 등 캐릭터 묘사에서 실사영화나 2D 애니메이션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수준급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상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수준이 지나칠 정도로 정밀해져 캐릭터와 배경이 따로 분리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전체를 실사영화의 단순 CG정도로만 인식시켜 전체적인 스토리몰입을 방해하고 애니메이션 특유의 정서적인 느낌마저 배제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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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2D와 3D기술의 적절한 조합을 이룬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근감에 따른 선명도 조절과 스푸마토(Sfumato) 기법(잉크가 번지듯 자연스러운 번짐 표현) 등 미술적 표현을 사용한다. 또 <쿵푸팬더> 시리즈처럼 과거 회상장면에 아니메(Anime) 기법을 쓴다거나, <너의 이름은...>에서처럼 2D와 3D요소를 섞어서 배치하는 등 화면의 분할구도를 활용한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애니메이션 기술은 실제와 감성이라는 갈림길에서 절묘한 합의점을 찾아나가고 있다.

◇ ‘정형화 No’ 사람냄새 물씬 캐릭터 등장

최근 애니메이션은 영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전개에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주인공과 악역, 여성캐릭터의 변신이 두드러진다.

주인공과 악역의 관계에서는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가미돼 흥미를 끈다. 과거에는 전지전능하고 착한 주인공이 극악의 상대역을 징벌하는 ‘권선징악’ 시나리오가 많았다. 현재는 현실적인 모습을 가진 캐릭터의 주인공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 악함의 끝을 선보이던 악당은 나름의 이유와 인간적인 내면갈등을 가진 비뚤어진 영웅으로 변화하면서 애정을 받는 캐릭터로 묘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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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여성캐릭터가 주도하는 스토리전개로 화제를 모은 작품 중 하나다. (사진=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제공)

여성캐릭터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동화 속 여성은 남성주인공의 부수적인 존재로 묘사됐다. 하지만 <겨울왕국>에서 엘사-안나 자매의 협심과 사랑으로 갈등이 해소된다는 스토리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최근 개봉 애니메이션인 <모아나>의 여주인공 모아나, <발레리나>의 펠리시 등은 적극적인 성격의 현대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 상의 변화는 최근 IT발전의 반작용으로 부각되는 인간중심의 사고로 회귀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닿을 수 없는 환상이나 가상적인 모습보다 실재하는 사람으로서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코드가 필요해진 것이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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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과 악역의 인간적 고뇌나 여성캐릭터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는 등 현실적인 측면을 많이 반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문화계 한 관계자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SF영화들은 초월적 존재를 표현한 판타지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판타지로 바뀌고 있다”며 “시나리오 상 주인공인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와 상대역인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의 인간적인 갈등은 사람간의 교류를 그리워하는 일반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애니메이션은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기술 못지않은 발달을 겪으며 사회와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세대초월성에 기인해 보편타당한 교훈적 가치를 부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애니메이션 문화가 사회적인 공감과 재미를 주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교훈전달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영화계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애니메이션의 재미와 다양한 교훈을 접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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