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가챠`, 미래가 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흔히 `가챠(ガチャ)`라 불리는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무과금 이용자가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기게 만든 공신이다. 게임 하나에 수십만원 이상 쓰는 고과금 이용자에 기대어 대부분 이용자가 콘텐츠를 무료로 즐긴다.

가챠는 `로또`다. 상자를 개봉하기 전까지 어떤 아이템이 들었는지 모른다. 지불한 비용에 비해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기대하는 즐거움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

가챠는 2017년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주요 매출원이다.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시장 주류가 급격히 바뀌는 과정에서 한국 게임업계의 숨통을 이어 주는 인공호흡기다.

가챠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북미, 유럽, 일본에 비해 업력이 짧은 이 업계가 어떻게 버텨 냈을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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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그렇지만 가챠는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첫째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노린 상술은 소비자로부터 사랑 받기 힘들다. 확률 조작 논란, 버그 발생으로 이용자 항의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 게임사가 이를 `늘 있는 컴플레인`으로 인식할 때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은 좀먹는다.

둘째 가챠는 법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국회가 제출한 법안만 3개다. 게임업계가 자율 규제를 외치지만 끝내 규제를 받을 것이다. 법 규제가 기업 영업비밀과 자율성을 해친다는 주장은 공허하다. 셧다운제와 고포류 게임 규제에서 게임업계의 목소리가 어떤 힘을 가졌는가를 돌이켜보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어에 힘을 썼지만 규제의 흐름을 꺾기엔 역부족이다. 획득 확률 10% 이하 아이템을 파는 게임은 성인 게임으로 분류해서 경제력 약한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명분에 반대 논리 전개는 어렵다.

셋째 정해진 문법에 따라 찍어 내는 게임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가챠가 주요 매출원인 게임은 모두 비슷하다. 과금 구조를 중심으로 도식화됐다.

가챠는 우리나라 게임에만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용어에서 보듯 일본이 원조 격이다. 서구권 게임도 조금씩 도입했다. 일본 역시 게임에 범람한 가챠가 사회 문제로 비화된 경험이 있다. 지금도 일부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과 서구권 게임의 정체성을 가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객을 바꾸는 지경에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게임의 힘은 서브컬처 캐릭터와 지식재산권(IP)에서 나온다. 흔히 떠올리는 서구권 게임 이미지는 콘솔에 뿌리를 둔 방대한 파괴성 콘텐츠다.

답은 싱겁다. 가챠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쉬운 방법이지만 용기가 필요하다.

가챠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면 논란은 줄어든다. 매출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작의 방향성을 어디에 둘 지가 중요하다. 게임은 결국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

과금 이용자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와야 하는 논의다.

2017년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이 지닌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양산형` `야근` `과로` `자동`. 게임이라는 단어와 동떨어진 것이 많다. 게임이 벤처 산업의 선봉에 선 것은 옛날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발상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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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 이용자의 알권리를 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유창석 경희대 문화광광콘텐츠학과 교수,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실장, 최성희 문체부 게임과장.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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