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냉장고, 세탁기와 같이 필수 가전으로 분류되는 대형 가전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최근 주요 가전제품 보급률은 사실상 완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일부를 제외하곤 교체 수요가 대부분이다.
가전업계에서는 빠르게 세를 불리는 `틈새 가전`을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한다. 틈새가전이란 의류 건조기, 의류 관리기, 전기레인지, 초소형 김치냉장고 등이다. 이들 제품은 아직까지 보급률이 낮다. 앞으로 고성장이 기대된다. 직접 제품을 써 본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신규 수요를 창출,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만드는 차원에서 가전업계에서는 각종 상품 기획과 마케팅으로 `틈새 가전`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한다.
◇ 600% 이상 고공 성장하는 빨래 건조기, 대표 틈새 가전으로 `급부상`
틈새 가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군은 단연 빨래 건조기다. 다나와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빨래 건조기의 2015년 대비 2016년 판매 증가율은 581%에 이른다. 전년 대비 판매가 약 6배 증가한 셈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올해 2월 들어(1~20일) 빨래 건조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0%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2015년 대비 2016년 건조기 시장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분석한다.
빨래 건조기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전이다. 그럼에도 사용자 후기, 빨래 건조 환경 변화, 맞벌이 증가 등이 맞물리며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밀레, 린나이 등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건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삼성전자도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건조기 사업을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 CES 2017에서 `플렉스 드라이`라는 건조기 신제품을 선보였다. 조만간 삼성전자도 국내 시장에 건조기 신제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27일 “빨래를 야외에 널었을 때 미세 먼지 우려, 맞벌이 부부 증가 등 다양한 이유로 집에서 빠르게 세탁물을 말리는 건조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도 대표 틈새 가전으로 꼽힌다. 스타일러는 국내 시장에서 지난 1월 한 달 기준 처음으로 1만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 이상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틈새 가전 대표 제품이 LG 스타일러”라면서 “스타일러가 제시한 의류 관리 개념이 가전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가스레인지 사용이 유해 물질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부각되자 대체재로 전기레인지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전기레인지는 아직 보급률이 10% 남짓이지만 매해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전기레인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다나와 관계자는 “전기레인지는 가스레인지에 비해 연소 시 유해 가스 발생이 없고, 가스에 비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도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전략 강화하는 가전 기업…틈새 가전 발굴과 투트랙 전략
최근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가전업체는 프리미엄 가전 전략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셰프컬렉션 냉장고, 무풍에어컨, 애드워시 세탁 등 프리미엄 가전을 선보였다. 지난해 미국 럭셔리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하고 이를 슈퍼 프리미엄 브랜드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론칭했다.
가전 기업이 프리미엄 가전 전략을 강화하는 건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기존 가전제품과의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서 평균 가격을 높이려는 시도다. 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과 맞물려 `없던 수요`를 발견하는 틈새 가전 전략에도 공을 들인다.
삼성전자는 정통 오븐과 전자레인지 중간 단계인 직화 오븐 마케팅을 강화, `오븐의 대중화`를 지향한다. 소비자가 간편한 조작만으로도 훌륭한 오븐 요리를 완성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보자도 쉽게 오븐에 익숙해져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서양에서 시작한 오븐 문화이지만 국내에서도 여전히 이 제품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유위니아는 프리미엄 김치 냉장고 딤채의 마케팅을 강화하면서도 틈새 가전으로 소형 김치 냉장고를 선보였다. 소형 김치 냉장고 `딤채 쁘띠`는 1인 가구와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품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김치냉장고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틈새 가전으로 분류됐지만 이젠 보급률이 90%에 이르는 필수 가전이 됐다”면서 “이처럼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대히트작을 만들기 위해 가전 기업에서는 앞 다퉈 틈새 가전에 관심을 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는 틈새 가전은 제품 구매의 필요성을 충분히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시장에 안착하면 가전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