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성공 국가·기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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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젊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쩌면 모순인 것 같은 문장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절로 끄덕여진다. 이런 저런 경험과 실수 및 극복 같은 것을 스스로 겪어 봐야만 진정한 순수, 꿈, 도전 같은 것을 해낼 수 있다. 늙음은 자연히 주어지는 것이지만 젊어지는 것에는 부단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도 담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놓고 뒷말이 많다. 구속이 유·무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특검 측 주장을 인정한 것뿐이다. 그리고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법리 다툼은 계속될 것이다.

이 사안을 보는 사회 시각도 극명하게 갈린다. 초유의 헌정 난맥 속 책임이 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돼야 한다는 원칙론 입장이 강하다. 설령 그것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라 하더라도 법 앞에선 평등하다는 시각이 다수를 점한다.

이에 반해 국가 권력 구조상 불가피성이 반론으로 자리한다. 제왕 성격의 대통령제 아래에서 기업을 하는 어느 누가 최고 권력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사회 저변에까지 극도로 팽창된 `반기업 정서`를 법 해석 앞에 내세우는 것도 왜곡된 결론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우리는 엄청난 사회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국민들 계좌 하나하나로 정산돼 날아가지는 않겠지만 보이지 않는 천문학 규모의 비용을 사태 해결과 치유에 써야 할 처지다.

대한민국처럼 다이내믹한 국가도 없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와 사건으로 넘친다. 하루하루가 경이로운 변화의 연속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이해되지 않는 사태를 겪고 진영을 나눠 싸우고 하는 이유는 사실 `시간을 들여 여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모든 걸 가장 빨리 이룩했지만 시간을 두고 다듬지는 않았다. 어느 날 뚝딱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변하고 발전시키기보다 압축되고 폭발된 형태로 이룩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 내용이 차고 난 뒤 형식이 갖춰지는 구조 변화를 겪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새출발해야 한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을 열어야 한다. 특히 정치 권력 주변 사인(私人)의 국정 개입을 근절하는 것과 함께 기업을 국정 운영의 `주머니 돈`으로 여기는 행태를 끝내야 한다. 정치는 정치 내에서, 기업은 기업 활동만으로 완전히 분리 독립해야한다. 그 어떤 연결고리도 남겨 놓으면 안된다.

삼성이나 이 부회장도 경제 비중이나 역할로 변론할 생각은 없다. 결국 그 또한 법 밖의 해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이나 이 부회장도 유·무죄의 결론 뒤에는 반드시 다시 태어나는 변화를 겪어야 한다. 창업 79년 만의 첫 오너 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79년이란 시간 동안 쌓아 온 경험의 축적치를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그땐 지나간 삼성과는 결별하고 새로 태어난 젊은 삼성으로 다시 뛰지 않으면 안 된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그 변화에 이번 위기는 좋은 `시간의 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남는 문제는 국가와 기업의 규정 문제다. 국가는 기업의 활동 터전이고 무대다. 그 무대가 주인공을 위해 존재해야지 그 자체가 더 이상 주인공이 되려 해선 안 된다.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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