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Impact) 투자`가 뜨고 있다. 임팩트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재무 성과도 달성하는 사업적 기업에 대한 투자다. 일반 사회적 기업 개념보다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이 좀 더 강조된다. 기부 같은 자선과 투자 수익 창출 사이에 있는 셈이다.
◇돈 버는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임팩트 투자는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 공헌에 앞장서던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임팩트 투자에 눈을 돌렸다.
지난해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이 개인 자산 3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윤민창의투자재단이 대표 사례다. 최근 관련 투자 전문 기관도 생겨나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 소셜벤처밸리가 조성되는 등 생태계도 구축되고 있다.
임팩트 투자와 소셜벤처는 실과 바늘 관계다. 기부와 달리 임팩트 투자는 사회 목적과 함께 수익성도 추구한다. 참한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고, 이를 사회에 재투자하거나 사업·사회 구성원과 잘 나눠 쓴다는 지향점도 비슷하다.
소셜벤처도 1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의미하는 `유니콘`이 나오기도 한다.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도 기업 정체성을 스스로 소셜벤처로 정의하고, 공유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도 소셜벤처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마리몬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액세서리 판매로 주목받았다. 위안부 할머니 스토리를 주제로 한 플라워 패턴 디자인 물품을 판매하고, 수익 일부를 위안부 문제 해결 사업에 재투자한다. 마리몬드는 사회 약자를 동반자로 선정, 그들의 스토리를 담은 제품을 개발하는 소셜벤처다.
카셰어링 기업 `쏘카`도 소셜벤처로 출발했다. 김지만 창업자가 자동차가 여러 대 필요한 제주도민의 생활에서 착안했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시간에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공유 경제 모델이다.
수익을 내더라도 소셜벤처가 투자받기는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임팩트 투자 전문기관이다. 마리몬드에 투자한 에이치지아이(HGI)나 쏘카에 초기 자금을 지원한 소풍도 임팩트 투자기관이다.
◇자선과 투자 사이=서울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2016)에 따르면 임팩트 투자는 2000년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선진국에서는 사회 문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회 복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를 자선 활동이나 공공 예산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와 글로벌 차원의 에너지, 환경 문제 등 심각성도 이런 공감대를 키우는데 기여했다. 다양한 사회 서비스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전돼 새로운 시장 기회가 만들어진 것도 배경이 됐다.
여기에 선진국의 막대한 사회 자본 시장이 뒷받침됐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비영리 기관을 지원하는 정부 지원금이 갈수록 늘어났고, 이에 따른 사업 효율성 요구도 높아졌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임팩트 투자를 사회 목표와 경제 인센티브를 결합시킨 방식이라고 정리했다.
과거 공익재단은 재단 보유 자산인 기금을 저축·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하고, 이러한 운용수익으로 비영리법인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 것과 대비된다.
초기 록펠러재단이나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등이 활동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투자은행이나 자산운용사도 적극 참여, 시장을 만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기금, 보험사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기관투자자가 임팩트 투자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니터 인스티튜트는 앞으로 5~10년 안에 임팩트 투자가 약 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금융 관리 자산의 1% 수준이다. JP모건은 2015년 122억달러인 임팩트 투자가 앞으로 10년 동안 4000억~1조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팩트 투자 후방 생태계 조성 필요=국내 임팩트 투자는 초기 단계다. 연간 투자 금액도 개별 기업 투자를 모두 합쳐 100억~200억원 수준이다. 벤처캐피털(VC)의 연간 투자액 2조원의 약 0.5~1%다. 기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 부족과 공익재단도 적기 때문이다. 정부의 임팩트 투자시장 조성 노력도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제2 벤처붐과 함께 꾸준히 유망 소셜 벤처가 등장하고, 사회적 기업가를 키우려는 민간 노력도 커지고 있다.
2006년 SK그룹이 SK행복나눔재단을 설립했고, 2008년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임팩트투자 전문 소풍(SOPOONG)을 세웠다.
2012년 현대가 3세인 정경선 대표가 사회적 기업가와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루트임팩트를 창업했다. 2014년에는 HGI라는 임팩트투자 전문회사도 설립했다.
이 밖에도 D3쥬빌리, 크레비스,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등이 임팩트 투자에 나섰다. 자산 6600억원을 운용하는 라임투자자문 원종준 대표도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에 투자하는 등 임팩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도 혁신기술기반창의가치창출(CTS) 프로그램으로 소셜벤처를 지원한다. 기술 소셜벤처의 공공개발원조(ODA) 참여를 유도하는 정부 차원의 임팩트 투자다.
한상엽 소풍 대표 파트너는 14일 “사회·경제 문제를 소셜벤처를 통해 해결하려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후속 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