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얼어붙으며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설 연휴로 잠시 열렸던 지갑은 2월 다시 굳게 닫히는 모습이다. 수출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미국·중국발 불확실성이 커져 개선세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9일 경제동향 발표에서 “우리 경제가 수출 회복세 등에 힘입어 투자가 개선되고 있지만 심리위축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둔화되며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소비 둔화를 가장 우려했다. 소비는 지난해 11월(전월비 -0.1%), 12월(-1.2%) 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잠정 집계 결과 1월 소비는 작년보다 개선됐지만 설 연휴에 따른 `반짝효과`로 보인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이었지만 작년에는 2월이었다. 1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1.1%, 백화점 매출액은 4.3%, 할인점 매출액은 13.4%, 카드 국내승인액은 17.1% 늘었다. 반면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7.3% 떨어졌다.
기저효과로 2월 소비는 큰 폭 하락이 예상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도 소비를 끌어내리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부터 계속 1%대를 유지하다 올해 1월 2.0%까지 올랐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심리 악화는 해당 분기에도 영향을 주지만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도 지역별로 소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 울산 소비가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감소(-0.6%)를 기록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지난해 소매판매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울산이 유일하다.
정부는 소비 확대를 위한 민생안정대책을 조만간 발표한다. 소비 등 내수경기 활성화, 가계 소득 확충, 생계비 부담 경감을 위한 체감도 높은 대책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수출 회복에 희망을 걸고 있다. 1월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에도 석유류·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증가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확대됐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 불확실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가시화가 걸림돌로 평가된다.
기재부는 “최근 수출 회복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소비심리 위축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내수부문의 미약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