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해 해외 기업 인수 무산액 85조원…7.5배 증가"

중국 자본의 해외 기업 인수 제동 건수가 늘고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중국 자본의 해외인수 취소액은 750억달러(85조3300억원)였다. 전년보다 7.5배 늘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로펌 베이커맥켄지와 시장조사업체 로디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취소된 중국기업 해외 인수·합병(M&A) 건수는 30건, 금액으로는 750억달러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2015년에 100억달러 상당 M&A가 취소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7.5배나 늘어난 것이다. 중도 포기 사례는 미국 기업 인수가 10건에 585억달러, 유럽 기업 인수가 20건에 163억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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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서방 기업이 최근 부쩍 중국과 거래를 기피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과 유럽 기업이 중국 기업 이외 잠재적 인수자를 우선 시한다”며 이는 “중국 자본통제 탓”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국내 경제 성장 둔화 우려 때문에 자본 해외 유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중국 외환 보유고는 3200억달러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무분별한 해외 M&A를 억제하기 위해 핵심사업과 무관한 10억달러 이상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승인 절차를 강화했다. 부동산과 호텔, 영화, 엔터테인먼트 부문 M&A를 철저히 감독했다.

지난해 무산된 몇몇 대형 M&A는 중국 기업 핵심사업과 무관한 것이었다. 중국 안방보험은 미국 스타우드호텔&리조트를 14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중국 규제당국이 거래에 제동을 걸어 인수가 무산됐다.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도 기술유출과 안보 등을 이유로 중국 M&A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지난해 중국 컨소시엄의 필립스 조명사업부 30억달러 인수를 승인 거부했다.

미국 반도체회사 페어차일드가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리소스와 후아캐피털 등 26억달러 규모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도 미국 규제당국을 의식한 결과였다고 FT는 지적했다.

6억7000만유로가 매겨졌던 독일 반도체기업 아익스트론 인수 시도도 무산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익스트론 인수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의 해외투자는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는 10년 전만 해도 26억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한 94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