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업무 계획에 빼놓지 않고 포함시킨 정책이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다. 18,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수차례 논의했지만 야당 반대로 번번이 입법에 실패, 폐기됐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올해 역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핵심 정책 과제로 내놨다.
공정위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 부문의 규모가 크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로 설치하게 해 금산 분리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금산복합집단이 소유 구조가 단순·투명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야당은 `삼성 특혜`를 주장하며 도입을 반대해 왔다.
특검이 지난 3일 공정위를 압수수색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야당이 낸 목소리가 단순한 `주장`인지 `사실`인지 여부가 밝혀지게 됐다. 이와 동시에 5년 동안 일관되게 정책 의지를 보인 공정위의 진정성도 가려지게 됐다.
특검 조사 결과에 따라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여부도 최종 판가름날 전망이다. 대기업 특혜가 인정되면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조차 안 될 가능성이 짙다. 법안은 여당이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무혐의 판명이 내려지면 야당의 반대 주장은 힘을 잃는다.
특검은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공정위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추진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법에 따라 가담자는 엄중 제재해야 한다. 반대로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나면 야당도 전면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탄핵 심판 결정은 물론 향후 대기업 지배구조 변화, 공정위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