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하이브리드(HEV)·수소차(FCEV) 등 모터와 배터리로 움직이는 네 가지 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가 아닌 `전동화 자동차`로 부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네 가지 자동차 중 친환경 자동차로 부르기 힘든 범주의 차량이 있는데다 해외에서는 엔진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자동차도 그린카(친환경 자동차)로 분류하는 등 개념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2017년 자동차 시장 전망 보고서부터 친환경 자동차라는 용어 대신 `전동화(Electrification)` 자동차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전동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친환경 자동차`라는 용어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전기자동차 자체는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를 포함한 배출가스가 없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등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일부 하이브리드 차량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용도보다 성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보통 가솔린 차량은 마력은 높지만 순간 가속을 의미하는 토크가 낮아 이를 모터가 보완해 줄 수 있다는 데다 마력도 더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인피니티의 고성능 자동차 Q50S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친환경 자동차를 연구하는 단체나 포럼에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엔진 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기술도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문제다.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한 네 가지 EV계열 자동차만을 친환경 자동차라고 단정지어 부르기도 어려워졌다. 미국 에너지부(DOE) 그린카 R&D 범위에 내연기관 자동차도 포함돼 있는데다 내연기관 자동차 효율을 높이기 위한 R&D 예산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동화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자동차 주류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 환경을 위해서는 내연기관 엔진 효율 향상과 배출가스 감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가 반영됐다.
국내에서도 산업부의 그린카 일부 과제에 내연기관 자동차 항목이 일부 포함돼 있다. 다만 규모가 작아 학계를 중심으로 지난해 `친환경자동차 미래동력포럼`을 열고 친환경자동차 R&D 예산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항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각종 그린카 관련 단체에서도 내연기관 기술을 다룬다”면서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자동차만을 친환경차로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어 전동화라는 용어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