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디맨드 모빌리티(주문형 차량 기반 이동성) 서비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는 필요한 때에만 승용차를 사용하거나 자가용을 택시처럼 이용하는 개념이다. 기술 발전과 현명한 소비를 원하는 소비 트렌드,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환경 규제 등과 맞물려 전 세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유 위주 자동차 시장을 재편할 주요 요인이다. 판매량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완성차 업체는 스타트업 투자와 같은 간접 진출에서 최근 직접 서비스 론칭으로 방향을 바꿔 시장 공략에 나섰다.
완성차 업체는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가 주류로 등장하면 소비자 접점을 잃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진행하면서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를 융합하는 것이 주요 완성차 업체의 로드맵이다.
◇간접 투자에서 직접 서비스 제공으로
최근 폭스바겐그룹은 13번째 브랜드 `모이아(Moia)`를 신설했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출발했다. 현재 50명 정도의 인원에서 연내 20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디젤 스캔들로 큰 손실을 본 폭스바겐은 모이아로 수익을 내면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도 준비한다. 모이아는 카셰어링과 카헤일링(운전자가 있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5월 3억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차량 공유 업체 게트의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올해 전기밴을 활용한 카풀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해 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새 서비스를 도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8년부터 카셰어링 업체 `카투고(Car2go)`를 이용,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난해 12월 차량 소유주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공유하는 플랫폼 `크루브(Croove)`를 론칭했다. 벤츠는 이용자가 원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고, 실제 소유주는 차량 공유로 돈을 벌 수 있어 고급차 브랜드의 저변을 넓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MW는 카셰어링 서비스 드라이브나우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리치나우(Reach Now)`를 미국 시애틀에서 선보였다. 드라이브나우와 달리 탁송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으며, 미니 소유자는 차량 직접 공유가 가능하다.
PSA도 푸조, 시트로엥 등과 함께 다른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3년 안에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최근 기아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최초로 카셰어링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서비스는 신규 아파트 입주자에게 제공한다. 최근 현대건설과 `기아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기아차는 수원시 힐스테이트 호매실단지 내 입주민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쏘울 전기자동차, 카니발 및 니로 하이브리드 등을 활용한 입주민 전용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입주민 보유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 오일 교환, 차량 수리 등 온디맨드 경정비 및 세차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30일 “기아차가 모빌리티 서비스 선도 제공자로 거듭나기 위한 뜻 깊은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초 개인 이동성 브랜드 `메이븐`을 선보였다. 메이븐은 카셰어링을 중심으로 한 온디맨드 이동 서비스 플랫폼이다. 여기에 더해 GM은 수천억원을 카헤일링 업체 리프트에 투자한 바 있다.
로웰 패덕 GM 부사장은 “운송수단은 서비스화 되고 있다”면서 “자동차 판매 대수보다 GM 제품을 탄 고객의 이동 거리가 중요하다. 이는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GM은 세계 660만명이 카셰어링과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2020년에는 이용자가 26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융합
완성차 업체가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에 직접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율주행자동차 때문이다.
운전자 없이 차를 운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와 결합한다면 사람들은 주변에 주차돼 있는 차를 앱으로 불러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궁극의 자율주행차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M 등의 업체는 자율주행차와 온디맨드 서비스를 같은 선상에 놓고 추진하고 있다.
최근 포드는 신기술 투자를 위해 28억달러의 장기 자금을 금융권에서 조달했다.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투자가 목적이다. 벤츠도 자율주행과 카셰어링 서비스를 포괄하는 CASE 전략을 발표했다.
패덕 GM 부사장은 “커넥티비티, 라이드 셰어링, 자율주행차의 융합이 개인 이동성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자율주행차는 사고와 차량 정체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가능성 및 도시 환경에서 라이드 셰어링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패덕 부사장은 “주문형 자율주행차의 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