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퀄컴 `특허권 남용` 美서 궁지..FTC·소비자단체 등 무더기 제소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사 퀄컴이 핵심 반도체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로부터 제소됐다. 미국 소비자 십여명도 반독점법 위반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며 퀄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 받은 퀄컴이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궁지에 몰렸다.

미 FTC는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퀄컴이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베이스밴드 프로세서의 지배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휴대전화 제조사를 압박하고 경쟁자를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독점 공급하는 반도체 칩을 팔지 않을 수 있다고 위협해 고객사에서 특허 사용료를 올려 받았다. 퀄컴은 스마트폰을 고속 무선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칩을 만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바탕이 되는 막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퀄컴은 휴대전화 시스템에 필요한 핵심 특허 사용료로 수익 대부분을 올린다.

2014년 퀄컴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조사해온 FTC는 소장에서 퀄컴이 애플에 자사 칩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동시에 애플에 리베이트로 수십억달러(수조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다른 반도체 회사와 계약하면 퀄컴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는 것이 FTC 판단이다.

FTC가 퀄컴을 제소한 다음날, 모바일 제품 사용자 십여명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퀄컴의 반독점법 위반으로 초래된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이 특허를 남용해 자사의 모바일 칩을 사용하는 기기에 과다하고 부당한 사용료를 매겨 소비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는 “퀄컴의 경쟁 제한 조치가 전 세계 규제당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며 모든 휴대전화나 태블릿 사용자를 대표하는 방향으로 집단소송 범위를 넓힐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FTC는 소장에서 퀄컴이 경쟁기업 베이스밴드 사업 진출을 막은 탓에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퀄컴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FTC 논리에 결함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으로 퀄컴은 주가가 하락해 시가총액 5조원이 감소했다. 퀄컴은 앞서 우리나라에서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 외에도, 현재 유럽연합(EU)과 대만에서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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