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태평양을 건너 전해진 두 남자의 뜨거운 우정은 보는 이를 먹먹케 했다. `미드`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화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저런 게 진짜 정치드라마`라는 갈채가 쏟아졌다.
오바마 대통령 눈물은 멋있었다. 재임 기간 공식석상에서 아홉 차례 눈물을 보였던 그는 마지막 고별 연설에서도 아내 미셸 오바마 영부인에게 감사를 전하며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최고의 내조를 해준 부인 미셸 여사를 향한 따뜻한 마음의 표시였다. 딸들을 향해서도 남다른 사랑을 보였다. 눈물 흘릴까 봐 선글라스를 낀 채 딸의 졸업식에 참석했던 아버지의 마음 그대로였다.
오바마는 8년 임기를 같이한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대통령으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이든 부통령은 오열했다. 임기 일주일을 남겨두고 오바마는 20년 손위 부통령에게 깜짝 선물을 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둘이 있을 때 바이든은 나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이런 행동은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바이든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오바마를 향해 끝까지 충정을 약속했다.
그리고 오바마는 백악관을 공개했다. `국민의 집`이라며 직접 안내하는 8분짜리 가상현실(VR) 영상이다. 백악관을 와 보지 못한 더 많은 국민을 위한 마지막 퇴임 선물이다.
오바마는 젊고 매력적이었고 인간적이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은 `배려심`에서 나온 가치라고 본다. 당적과 피부색, 주장이 다른 사람을 포용했다. 주변 사람을 살폈다. 그리고 모든 공은 국민에게 돌렸다. 자신보다 먼저 상대방을 배려했던 마음이 퇴임 직전 지지율 60%대 오바마를 만들었다.
지지율 5%, 직무정지 중인 우리나라 대통령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철저한 보안 속에 `비밀요새화`돼 있다. 대통령에게 제대로 충언을 고하는 참모진이 없다. 메달을 커녕 `배신의 정치`로 얼룩졌다. 모든 잘못은 주변인 탓이다. 주변인 역시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며 책임 회피 발언을 이어간다. 서로 영혼에 상처 내기를 작정한 듯 하다. 지켜보는 국민 마음은 더 아프다.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을 향한 존경과 나라에 충성은 작은 배려로부터 만들어진다. 우리가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최우선 덕목은 `배려심`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