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팩트스톰 앞의 한국]주변 강대국 십자포화에 우리는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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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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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주변국 정세에 한국은 방향타를 잃고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 상태에서 미국, 중국, 일본은 한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일본은 소녀상 설치 문제로 압력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우왕좌왕하며 압박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드러내놓고 경제 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회사나 한국산 제품 규제를 연이어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연예인 중국 방송 출연 금지 등 금한령을 비롯해 중국 여행객의 방한 제한, 한국산 배터리 규제에 이어 한국산 화장품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은 지난 1일부터 한국산 비분산형 단일 모듈 광섬유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5년 연장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는 양국 간 무역 보복 조치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 제재 조치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발표된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에서는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빠졌고, 춘제 연휴 관광 시즌을 앞두고 제주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 등 3개 항공사가 신청한 전세기 운항 신청은 불허 조치됐다.

중국 당국은 또 지난 3일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다.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가운데 19개가 애경 등 유명 한국산 화장품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사드 배치 부지를 내주기로 한 롯데그룹의 현지 계열사 세무조사와 롯데백화점 소방 점검 등을 동시다발로 실시, 표적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는 사설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미국의 글로벌 전략 앞잡이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너무나 값비싼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노골화 행태에 외교부는 지난 5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들여서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드 배치 보복 조치에 대해 항의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발 경제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당선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행사 이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트럼프의 반멕시코 공약 때문이다. 이날 트럼프는 “다음 주에 취임하자마자 미국 비용으로 멕시코에 국경 장벽을 설치하겠다”면서 “멕시코가 훗날 세금이나 직접 지불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배상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또 트럼프는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는 기업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도 되풀이했다. 불확성이 강한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 경제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G2로 일컫는 미국과 중국, 세계 경제의 두 거인 간 충돌도 일보 직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두 거인이 충돌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우리 피해가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두 코끼리가 충돌하면 코리끼가 밟고 있는 잔디만 죽어 난다”며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러나 정치고 경제고 `퍼펙트 스톰`을 해결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글로벌 기업 엄포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이 손을 들었다. 캐리어, 포드, 보잉, 록히드마틴, 제너럴모터스(GM) 같은 미국 기업은 물론 토요타 같은 일본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공식 발표는 안 했지만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런 판에 일본 소녀상 문제로 한·일 간 통화 스와프 재개도 난맥상에 빠졌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사태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외환 거래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2001년 7월 20억달러 규모로 통화 스와프를 시작, 2011년 10월엔 700억달러까지 규모를 확대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문제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그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달러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다. 2013년 7월에도 만기를 맞은 30억달러가 그대로 중단됐다. 이후 한·일 간 외교 관계가 경색되면서 마지막 남은 100억달러 스와프마저 2015년 2월 23일 만기를 끝으로 중단됐다. 14년 동안 이어지던 한·일 간 통화 스와프가 종료된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유일호 부총리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양자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다시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일본 소녀상 문제로 한·일 통화 스와프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정치·경제 분야에서 주변 강대국들의 공세 속에 우리나라가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민·관이 힘을 합쳐 하루빨리 혼란스런 사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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