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국내 최초 `상생 카르텔` 도입 추진...각종 페이 `함께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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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국내 최초로 모바일결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상생카르텔을 구축한다. 각종 페이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5일 놀숲 북 카페에서 고객이 모바일 간편결제 페이코로 결제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카드업계가 모바일 결제서비스 확산 대응을 위한 `상생 카르텔(기업연합)`을 구축한다. 수십년 동안 시장 점유율 경쟁만 벌여 오던 카드사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해 글로벌 결제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스마트폰 제조사 간 협업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의 과열 경쟁에 종지부를 찍고 카드업계 주도로 공동 연합 전선을 펼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대형 페이 결제 사업에 카드사들의 개별 접촉을 지양하고 8개 카드사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수수료 협상과 마케팅, 가맹점 대응 등 개별 진행된 여러 사업도 협업 시스템을 만든다. 당장 출시를 앞둔 삼성페이 미니, 상반기 국내 서비스 예정인 구글 안드로이드페이, 애플페이에 이르기까지 카드사들이 이들 기업 대상으로 협상 창구를 단일화했다.

5일 금융권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삼성, 현대, 롯데, 비씨 등 8개 카드사가 대형 핀테크 사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상생 카르텔` 도입에 합의했다. 일원화된 창구는 카드사들이 지난해 9월에 결성한 모바일 협의체다.

한 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통일된 핀테크 사업 전략 없이 각계 전투를 벌이며 카드사 간 과열 경쟁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각종 페이가 범람하면서 카드사 간 중복 투자가 발생하는 등 실효성 없는 핀테크 사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모바일 협의체를 통해 상생 카르텔 적용을 위한 전략 수립과 장기 협업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 온라인 모바일 결제 `삼성페이 미니` 연동 사업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지문인증 수수료 협상은 물론 오픈 시기에 맞춰 개별 계약이 아닌 공동 계약 형태로 협상을 추진한다. 구글 안드로이드페이 도입과 관련해서도 모바일 협의체 주도로 인프라 확산과 가맹점 공유 등 제반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카드사 공동 근거리무선통신(NFC)존 구축 사업도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를 무상으로 깔아 주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해당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드사들이 금융 당국에 유권 해석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카드사는 NFC존 구축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카드사 경영진이 참여, 금융 당국 설득에도 나설 계획이다. 사업은 카드사 주도로 모든 결제가 가능한 공통 NFC 단말기 설치, 해외 카드규격이 아닌 한국형 표준을 적용하는 NFC테스트베더 구축 사업이다.

카드사들이 상생카르텔을 맺은 데에는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이종 사업자 주도의 모바일 결제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도 글로벌 ICT 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ICT 기업의 플랫폼 대형화는 앞으로 카드업계 협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부문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카드사가 뭉쳐야 공멸을 피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강하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 ICT 기업의 국내 지급결제 시장 진출로 인한 경쟁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국내 카드업계는 ICT 기업의 협상력 강화에 대비한 카드사 공동 인프라 구축 및 플랫폼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지급 결제 관련 기술 표준화를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잠재력이 높은 지급결제 분야의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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