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세상을 움직이는 힘 `커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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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8년전인 1919년, 이해 3월 1일 요릿집 `태화관`에서 33명이 모여 조선이 독립국임을 알리는 낭독문을 읽었다. 이른바 3·1 운동의 시발점이다. 조용히 낭독문을 읽었지만 울림은 컸다. 3·1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돼 수개월 만에 전 인구의 10퍼센트인 200만 명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펼쳐졌다.

지금처럼 시위 소식을 중계해줄 TV도, 통신,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없었다. 하지만 소식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배경에는 철도라는 물리적 연결과 종교 조직이라는 인적 연결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청계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 집회` 역시 마찬가지다.

2만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SNS와 인터넷을 타고 시위 물결이 커지면서 광화문 광장을 100만명 인파로 물들였다. 결국 촛불 집회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을 이끌어냈다. 서로 생각과 이념, 생활, 공간이 다른 사람간에도 서로 연결돼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 책 `커넥터`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얽혀 있는 `초연결 시대`를 설명한 책이다. 오늘날, 연결을 구성하는 개체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고 조직화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 심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근한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페이스북 친구 관계를 약한 연결이라고 정의한다. 직장 동료나 가족보다 약한 고리로 연결된 사람이 새로운 정보를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취업 알선 등 사회생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관계`란 논문에서 약한 유대관계 사람들이 종종 강한 유대그룹보다 정보 전달과 영향력을 미치는 부문에서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로 오랫동안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룹 간에 알고 있는 정보를 연결하는 사람인 커넥터 간 연결이 정보를 나누고 모여진 정보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 공유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보를 개별적으로 나누고 또 동시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임계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인기를 크게 끌어 올린 걸그룹 EXID의 `위아래`가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출시당시 3개월 전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EXID는 군부대 위문공연이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서 주목받지 못하는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군부대 위문공연에서 공연 영상을 직캠으로 SNS에 올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상은 SNS를 달궜고 급기야 가요계 정상까지 진입했다. 소문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기업이나 영화에도 같은 사례가 적용된다. 특히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 붓지 않았는데도 입소문만으로 1000만 관객을 모으는 영화, 인기 맛집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사람들, 단기간에 유튜브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도 `연결`의 힘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커넥터`는 수백회 강연과 기고는 물론 수차례 사업경험, 학습을 통해 저자 안병익 식신 대표가 가진 연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낸 결과물이다. 그는 `커넥터`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힘으로 `연결`을 지목한다. 나아가 물질의 변화, 철새들 군무, 바이러스 확산, 여론 형성, 유행, 금융시장 붕괴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수많은 자연 및 사회 현상들 이면에도 숨은 연결의 법칙이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물리학·사회학·심리학을 넘나들며 인간 본성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왜 사회적인가? 그리고 왜 그룹을 지으려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안병익 지음, 영림카디널 펴냄, 1만3000원.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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