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83> “대선주자들 세종리더십을 배워라”이배용 통일교육위원중앙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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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의장은 “대선 주자들이 감동과 나눔의 세종 리더십을 실천하면 나라는 발전하고 국민은 행복해질 것”이라면서 “새해에는 각계 지도자들이 세종처럼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리더십 상실 시대다. 대통령은 리더십을 잃었다. 한국 경제는 `시계 제로` 상태다. 새해를 맞아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고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국가 리더십이 필요할까.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사학자인 이배용 통일교육위원 중앙협의회 의장은 국가 난제의 해법으로 `세종 리더십`을 강조했다. 소통과 헌신, 나눔과 배려, 감동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장을 최근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통일교육위원 중앙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의장은 이화여대 총장과 여성 최초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거쳐 한국학중앙연구원장(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브랜드위원장(장관급)을 역임했다. 그는 `세종실록`을 10년 이상 읽은 세종 전문가다.

이 의장은 “대선 주자들이 감동과 나눔의 세종 리더십을 실천하면 나라는 발전하고 국민은 행복해질 것”이라면서 “새해는 각계 지도자들이 세종처럼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탄핵 정국이다. 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애국심이 없어서다. 지도자는 나보다 국민과 국가를 우선해야 한다. 그게 실종돼 일어난 불행한 사태다. 특히 지도자는 사심(私心)이 없어야 한다. 분열은 무기보다 무섭다. 우리 앞에 국정 혼란, 경제 위기, 인구 위기 같은 난제가 많다. 특히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존립 자체가 어렵다. 국민이 없는데 국가가 존립할 수 있겠는가.

-세종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따스한 마음의 애민(愛民) 정신이다. 진심으로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따스한 감동의 국가경영을 했다. 세종에게 백성은 하늘이고 나라의 근본이었다. 늘 소통하고 솔선수범했으며, 약자를 배려했다. `세종실록`을 보면 수많은 감동 사연이 등장한다.

-세계 최초로 노비 출산 휴가제도 마련했다.

▲노비 출산 휴가제는 감동 그 자체다. 세종 재위 8년인 1426년에 노비들에게 100일 동안 출산 휴가를 주도록 제도화했다. 당시 세종의 나이 30살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세종은 만삭이 된 여인이 일하는 걸 보고 산전(産前) 휴가를 한 달 더 주도록 했다. 당시 노비들은 130일 동안 출산 휴가를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시 4년 후 노비 남편도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냈다. 아내를 돕기 위해서다. 남녀 합해 160일 동안 출산 휴가를 보냈다. 이는 생명 존중의 마음이고 약자에 대한 배려다. 신분제이던 당시 임금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80세 이상 노인에게 양로연(養老宴)을 베풀고, 90세 이상 노인에게는 따로 고기와 술을 보냈다.

-세종은 어떤 용인술을 구사했는가.

▲예나 지금이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세종은 즉위 사흘 만에 신하들에게 `함께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는 `함께하자`는 의미다. 세종은 재위 중에 `토론의 장`을 만들어 국정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신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인재는 발탁하고 중용했다. 발탁한 인재는 의심하지 않고 일을 맡겼고, 의심이 있으면 일을 맡기지 않았다. 동래현 관노인 장영실을 발탁한 것을 대표로 들 수 있다. 황희 정승도 세종의 왕위 계승을 반대, 귀양까지 간 인물이었다. 그런 황희를 세종은 중용했다. 세종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했다.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세종 옆에는 진정한 충신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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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세종은 인재 경영을 어떻게 했나.

▲인재 경영의 대표 사례가 경연(經筵)이다. 세종은 즉위 2년에 집현전을 설치, 인재를 발굴했다. 경연은 임금과 신하들이 고전을 놓고 공부하면서 당면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세종은 재위 기간에 모두 1898회의 경연을 열었다. 평균 주 5회다. 세종은 소통의 달인이다. 신하들과 다양한 형태의 회의를 했다. 임금이 돌아가면서 관리들과 독대해서 업무 보고를 받는 윤대(輪對)와 임금이 신하들과 나랏일을 보는 시사(視事)가 있었다. 세종은 역사를 중시했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전례를 검토한 뒤 토론하고 검증해서 결론을 내렸다.

-세종시대 과학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학은 백성을 근본으로 생각하는 민본(民本)정치의 결과다. 역사상 가장 융성한 창의 시대가 세종시대다. 한글 창제를 비롯해 농업, 과학, 인쇄술 등 분야에서 15세기 전반기의 세계 과학기술사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1983년에 펴낸 `과학사기술사사전`에 따르면 세종 재위 기간인 15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기술 가운데 한국이 29건을 차지했다. 세계 최고 첨단 기술 62건에서 29건이 조선에 있었다. 성신여대 총장을 지낸 전상운 박사는 “당시 노벨상이 있었다면 조선이 47%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세종의 회의 원칙은.

▲경청(傾聽)이다. 소통하고 토론하려면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야 한다.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세종은 개방주의자였고, 어문학과 음악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임금이었다. 회의에서 말만 그럴듯하게 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는 신하는 세종에게 질책을 당했다. 지도자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세종이 생각한 행복한 국가란 무엇인가.

▲재위 32년 동안 세종의 정치 지향점은 생생지락(生生之樂)이다. 백성이 살기 좋은, 신바람 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삶을 즐겁게 하는 게 지도자 역할이다. 지도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 잘 먹고 즐겁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빈부 격차나 계층 간 갈등이 사라진다. 임금들은 즉위하면 종묘와 사직단에 고했다. 그건 뿌리의식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한글 창제는 창조 리더십의 결과인가.

▲한글은 인류 최고의 과학 문자다.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든 임금은 동서고금을 통해 세종이 유일하다. 한글 창제는 애민정신과 창조 리더십의 표본이다. 한글 창제는 특정 계층만 향유하던 지식을 백성과 향유토록 한 지식 나눔이다. 기회 균등의 정치다. 글을 모르는 백성은 옥에 갇히면 판결문도 못 읽었다. 세종은 인성 교육에도 주력했다. 읍당 향교를 한 개씩 설립, 백성 교육에 앞장섰다. 이후 임금부터 사대부, 노비에 이르기까지 한글을 사용했다. 한산 이 씨의 한글 편지 `고행록`은 자그마치 길이가 6m에 이른다. 노비들이 상조계(相助契)를 할 때 한글로 적었다. 한글 창제는 가장 위대한 민족 유산이다. 한글날 노래 가사를 보면 한글은 문화의 터전이요, 민주의 근본이요, 생활의 무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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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치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세종 리더십은.

▲역사는 감동이고 우리 교훈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세종실록`을 꼭 읽고 세종의 리더십을 실천하길 바란다. 세종처럼 지도자가 소통의 리더십, 애민의 리더십을 실천하면 우리는 세계 중심국가로 발전하고 국민은 행복해질 것이다. 특히 대선 주자들은 국가와 민족을 살리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사람은 속일지 몰라도 하늘을 속일 수는 없다.

-앞으로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은.

▲소통하고 상생(相生)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세종실록`을 10년 이상 읽었다고 들었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그래서 이화여대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연대기 외우기에는 내가 국보급이다.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자료를 안 보고 말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세종실록`을 10년 이상 읽었다. `세종실록`은 `감동의 보고(寶庫)`다. 세종은 백성의 어려움을 이해했다. 강요가 아닌 설득의 리더십으로 정치를 했다. 기업으로 치면 `감동 경영` `마음 경영`을 했다.

-역사 교육에 대한 입장은.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그동안 우리는 대입에 밀려 역사 교육을 소홀히 했다. 선택인 국사를 2013년 수능에 필수 과목으로 넣었다.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역사 속 여성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공부 잘하는 것보다 착한 일, 좋은 일 하도록 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긍정, 사명, 감사`다. 긍정으로 다가가고, 사명감으로 애국하고자 한다. 그리고 늘 감사한다. 요즘은 세상인심이 각박해져서 감사가 없는 사회다. 그래도 나누고 배려해야 한다. 취미는 음악 감상과 노래 부르기다. 이화여고 합창부에서 소프라노를 맡았다.

이 의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학 석사, 서강대 대학원에서 한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호는 동소(東昭)다. 1985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로 부임해 이화역사관장과 인문과학대학장을 거쳐 2006년 13대 이화여대 총장을 지냈다. 2009년에 여성 최초로 한국교육대학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자문위원장, 교육과학강국실천연합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2010년 장관급인 제2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과 2013년 제16대 한국학중앙연구원장(구 한국정신문화원)을 역임했다. 원장 재임 때 `찾아가는 한국학 아카데미`와 조선시대 재산상속문서 분재기(分財記), 과거시험 답안지인 시권(試券), 소통과 배려의 문자 한글전의 세 가지 특별전시를 직접 기획해 개최했다. 현재 통일교육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의 새로운 이해`를 비롯해 `한국 역사 속의 여성들` `브랜드코리아` 등 다수가 있다. 지금도 문화 현장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탐사에는 전·현직 총장 부부 4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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