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제품이 산업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등장한다. 얼핏 보기에는 IoT가 세상을 바꿔 놓을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요란한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회사 곳간에 실제 보탬이 되는 제품은 드물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피부 관리와 화장 방법을 추천하는 `매직미러(반투명 거울)`도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제품 판매는 저조하다. 신기함이 판매량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스마트의류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심장 박동 수치를 알려 주는 의류, 운동화는 물론 무선인터넷과 위치 기반 서비스 기능을 갖춘 제품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힘들게 만든 제품을 홍보용으로 나눠 주는 경우도 있다. IoT가 적용된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낸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IoT가 가져주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최근 한 국내 업체는 택배 차량에 IoT 기능을 넣었다. 차량별 이동 경로와 현재 위치를 중앙컴퓨터로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차량에 1만5000원짜리 IoT 칩을 장착하면 쓸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은 따라갈 생각조차 없다. 가격 대비 효과가 적다는 게 이유다. “판매량이 저조해 IoT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도 숨기게 된다”는 한숨 섞인 하소연까지 나온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인기가 처음 일 때도 지금 풍경과 비슷했다. 새로운 기술이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서서히 밝은 조짐도 보인다. 집안에 공급되는 전기를 실시간 점검해 사용량을 측정하고 예상 요금까지 알려 주는 IoT 기기가 선방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외면 받았지만 최근 누진제 이슈가 터지면서 하루 80개 팔린다.
스마트폰도 2002년 노키아를 통해 등장했지만 5년 뒤 애플이라는 걸출한 기업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불이 붙었다. 스마트폰 관련 콘텐츠와 편의 기능이 계속 개발됐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IoT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