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장이 꿈틀거린다. 로봇은 지난 수십 년간 산업 자동화 트렌드를 이끌었지만 수요가 정체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큰 힘과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작업으로 용도가 한정됐기 때문이다.
`협업로봇(Collaborative robots, 코봇)` 등장으로 판세가 바뀌었다. 펜스 없이 사람과 같은 라인에서 작업하는 로봇이 전자 산업과 중소형 공장을 중심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연례 보고서 `월드 로보틱스 2016`에서 차세대 로봇 시장 성장 동력으로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s)을 지목했다. 산업용 로봇은 공장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로봇이다.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이나 개인·전문 서비스 로봇과는 거리가 멀다.
전통적 의미의 로봇에 가깝기 때문에 추세를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산업용 로봇은 2010년대 초반까지 보급이 크게 늘지 않았다. 대다수 국가의 공장 자동화 수준이 이미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보급 대수가 15% 늘었다. 새로운 개념의 산업 로봇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IFR는 올해 산업 로봇 보급량이 14% 늘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까지 평균 증가율은 13%로 예상했다. IFR 전망에 따르면 2019년까지 140만대 이상의 산업 로봇이 공장에 신규 배치된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산업용 로봇은 2010년 12만1000대, 2011년 16만6000대, 2012년 15만9000대, 2013년 17만8000대 공급됐다. 2014년 22만1000대가 보급되는 등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산업용 로봇 시장이 다시 활로를 찾은 것은 협업로봇 등장 때문이다. 협업로봇은 크기가 작고 사용이 쉬운 게 특징이다. 숙련 기술자가 아니라도 쉽게 동작을 입력할 수 있다. 무엇보다 펜스 없이 노동자와 같은 라인에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가격도 2만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싸다.
기존에 산업 로봇을 투입하기 어려웠던 중소형 공장에도 쓰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전자제품 조립 라인 등 로봇 미개척지에도 공장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IFR에 따르면 자동화 수요가 높은 유럽연합(EU)의 자동차, 전자 산업이 수요를 견인했다.
로봇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가 세계 평균 이상인 22개국 중 14개국이 유럽에 위치했다. 로봇 활용도를 높여 전통의 제조 강국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 젬마 IFR 의장은 “자동화는 전통적 제조 그룹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세계의 중소기업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FR는 2019년까지 산업 로봇 시장 성장 요인을 △자동차 산업의 지속적인 수요 △대폭 늘어나는 전자 산업 로봇 수요 △산업 전반의 로봇에 대한 관심 △중소기업 수요 증가로 분석했다. 에너지 비용 절감, 신공법 적용에도 새 로봇 활용이 필수라고 내다봤다.

IFR은 또 “사람·로봇 간 협업이 이 기간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작고 사용하기 쉬운 협업 로봇이 향후 수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로봇 분야에서도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때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를 호령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생산 자동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세계의 공장`을 로봇으로 채우려면 엄청난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IFR는 2019년 중국이 세계 산업로봇 수요의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 산업 국가가 되려고 한다. 2020년까지 로봇밀도 150대를 목표로 삼는다. 이를 달성하려면 60~65만대의 산업 로봇이 새로 설치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로봇 시장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산업 로봇 판매 규모에서 세계 2~3위를 차지한다.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은 55%, 일본은 20% 산업로봇 판매가 늘었다. IFR는 2019년까지 두 국가의 산업 로봇 판매가 연 평균 5%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협업로봇 제조 분야에서 후발 주자다. 로봇을 많이 사들이지만 많이 팔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시장을 해외 다국적 기업이 선점한 상태다. 유니버설로봇과 쿠카로보틱스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조사가 수년째 성공적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리씽크로보틱스는 새롭게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수요 대응을 위해서라도 국산 협업로봇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면 급증하는 해외 시장을 잡을 수 있다. 한화테크윈이 협업로봇을 개발 중이다.
민관이 주도하는 `저가형 정밀 제조 로봇 개발` 국책 과제도 수행 중이다. 소형, 정밀 제조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 핵심 부품과 시스템을 국산 기술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잠재 수요기업이 로봇 제원과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