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 년 된 규정도 바꿨습니다. 관(官)이 아닌 연구 수행자가 바탕입니다.” 산업 기술 연구개발(R&D) 제도 개선에 참여한 기획자의 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새해 산업 기술 R&D 제도를 수요자 중심으로 손질했다. 기존 제도와 절차를 간소화해 연구 몰입도를 높이고, 평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사업 성과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과제 참여 연구원의 참여율 기준을 제한한 `연구원 최소참여율`을 20%에서 10%로 낮췄다. 동시 수행 과제를 중소기업 3개, 중견기업 5개로 못 박은 `연구수행 총량제` 예외 조항도 늘렸다.
산업부는 규제 철폐, 과감한 신산업 투자를 기치로 내걸었다. `선도형(First Mover) R&D`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R&D 제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전문성·자율성을 바탕으로 R&D 제도를 구축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경험을 참조했다.
업계도 화색이다. 우선 총량제 완화를 반긴다. R&D 실태조사·연차평가를 연구발표회 형식으로 대체한 것은 말 그대로 `대환영`이다. 연구발표회가 전문가 토론 형식으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확인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도 부처·기관 위주의 R&D 문화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 또한 존재한다. 한 예로 연구발표회는 형식에 따라 연차평가와 다를 바 없는 경직된 분위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R&D 규정 개정 고시가 나온 지난 13일 이후 올라온 R&D 전담 기관 과제기획서에 여전히 연차 평가가 언급되기도 했다. 급격한 제도 변화에서 빚어진 현장의 혼선으로 보인다.
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 정립이다. 현장 혼선을 다듬으면서 `수요자 중심` R&D를 구현할 수평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구체화한 형식이 정해질 연구발표회는 이런 면에서도 중요하다. 수요자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을 연구발표회 마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