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제작사, ESS로 눈 돌린 까닭은?

전기차 제작사가 배터리 사후 활용처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기차 중고·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사용처를 확보하고 차량 고객에 고성능 새 배터리를 비용 부담 없이 교환해주기 위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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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몬트리올 전기차 심포지엄·전시회(EVS29)`에서 BMW는 구형 i3로부터 회수한 배터리를 적용한 ESS를 소개했다.

22일 전기차 제조사와 ESS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울산 현대제철에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중대형 ESS 구축에 들어갔다. 르노삼성도 최근 배터리솔루션업체 M사와 구형·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테스트에 착수했다. BMW코리아도 ESS 분야 협력사를 찾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일렉트릭` 출시 전 운행한 수십대 테스트 차량의 배터리를 현대제철 ESS에 활용한다. 르노삼성은 전기택시에 사용된 중고 혹은 폐배터리로 ESS 테스트를 벌인다. ESS를 운영해 배터리 성능과 잔존가치 등을 분석함으로써 더 많은 활용처를 찾을 계획이다.

중고·폐배터리는 구형 제품으로 에너지 밀도가 최신형 배터리에 비해 낮고, 오랜 사용으로 일부 충·방전 성능이 저하된 상태다. 전기차용 배터리로는 순간 방전등 성능이 떨어지지만 전력 저장과 일정한 출력을 요하는 ESS용으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전기차 제작사는 중고·폐배터리 사용처가 확보되는 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다. 배터리 크기를 늘리지 않고도 같은 공간에 지금 배터리 용량보다 최대 1.5배 더 많은 배터리로 교체해줄 수도 있다. 고객 서비스 형태나 차량 업그레이드 형식으로 기존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으로도 만들 수 있다.

배터리 교환 시 기존 배터리 가치를 얼마나 쳐주는지가 고객 부담을 덜 관건이다. 지난 2014년 시세와 비교해 배터리 가격이 40% 이상 떨어졌기 때문에 고객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기차 제작사 관계자는 “새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팩과 동일한 크기지만 배터리 셀뿐만 아니라 팩 내부 쿨링시스템 등 설계 기술로 많이 좋아져 주행 성능이 갑절가량 늘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달리는 신규 전기차 모델을 2018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배터리 교체만으로 기존 전기차를 계속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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