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는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진 가수와 연기자를 보는 반전도 쏠쏠하다. 오랜 기간 무대를 떠난 이들이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며 땀을 비 오듯 흘린다. 시청자는 화면에 복귀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군 제대 후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30년 경력의 연기자 등 다양하다. 프로그램은 예능이지만 그들에게 무대는 현실이자 다큐다. 재기의 발판이자 희망 충전소다. 그들은 잊고 지낸 자아를 되찾거나 자신감을 회복한다.
요즘 20∼30대의 창업 열기는 2000년 벤처 붐에 버금간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많다. 신산업 중심으로 창업 열기도 뜨겁다. 푸드테크 등 온·오프라인연계(O2O) 융합 비즈니스가 대표 주자다.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테마도 속속 명함을 내민다. 전국에 설치된 창조경제센터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창조` 공간에는 꿈을 키워 가는 20∼30대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40∼50대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판교스타트업 캠퍼스 내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젊은이들만이 PC와 씨름한다.
이 같은 판교테크노밸리 창업 공간 모습은 지난해 개봉된 영화 `인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열정 있는 30대 최고경영자(CEO)와 경험 많은 70대 인턴의 만남을 다룬다. 50∼70대가 쌓은 경험은 분명 우리 산업계가 축적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시니어 인턴 사원이 갈고 닦은 노하우와 여유로움은 시행착오를 줄여 주는 좋은 등대와 같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이모작이 요구된다. 일선 현장에서 물러난 게 인생의 종착지는 아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사회 공감대는 많지 않다. 중장년 창업, 노년 취업 정책은 쉽게 찾을 수 없다. 희망퇴직을 한 50대, 정년퇴직을 한 60대 세대가 제2의 인생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습은 아직 생소하다.근·현대사에서 대량 실직은 산업혁명기에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30년 주기다. 1930년 대공황, 1960년 공장 자동화 당시 실업이 증가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했다. 1990년 사무자동화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았다. 4차 산업혁명이 개화기를 맞는 2020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벌써부터 징후가 나타난다. 조선 등 고부가가치 형태로의 전환에 실패한 한계산업에는 한파가 불어닥쳤다. 한국판 `말뫼의 눈물`이 현실화됐다. 조선소 인근 도시는 활력을 잃었다. 4차 산업혁명이 구현될 4년 후의 이 같은 눈물은 비단 조선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4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가 사회 안전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자체 중심의 퇴직자지원센터는 물론 시니어 창업센터 또는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 개발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다. 5060 인턴 프로그램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전직 대기업 간부가 `시니어 인턴사원` 명함을 자연스레 건네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영화에서 반전은 극 중 긴장감을 더해 준다. 재미를 배가시킨다. 우리 인생극장도 마찬가지다. 경험과 열정이 잘 조화된다면 즐거움은 두 배가 될 수 있다. 시니어 인턴이 즐겁게 일하는 사회, 중장년 창업이 활발한 사회. 정유년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