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재팬디스플레이(JDI)에 일본 정부와 민간이 750억엔(약 7630억원) 자금을 긴급히 수혈한다. 이번 자금지원으로 OLED 등 새로운 성장 분야에 투자해 한국과 중국, 대만 업체에 대항할 발판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JDI는 소니·히타치·도시바 등 일본 전자업체 세 곳이 LCD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22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JDI 대주주인 민관협력펀드 일본산업혁신기구(INCJ)는 750억엔 자금을 JDI에 지원하기로 했다. 450억엔은 전환사채로 이 중 300억엔은 후순위 대출로 자금을 지원한다.
이번 지원은 일본 정부의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 JDI는 2012년 소니·히타치·도시바 일본 전자업체가 3개사 LCD사업부를 통합해 만들었다. INCJ가 최대 주주다.
JDI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과 중국 경쟁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또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에 따른 수주 둔화로 올해 초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자금지원으로 OLED 등 새로운 성장 분야 투자로 수익 기반을 강화해 한국과 중국, 대만 업체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은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대만이 생산 능력을 높이면서 일본 기업은 관련 사업을 매각했다. 샤프가 8월 대만 홍하이정밀공업에 인수되면서 일본 패널업체는 사실상 JDI와 중대형 OLED패널을 생산하는 JOLED 2개사 뿐이다.
JDI는 지난주 내년에 INCJ가 가진 JOLED 지분 75% 중 35%를 양도받아 JOLED 지분을 기존 15%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JDI는 JOLED를 자회사로 편입해 연구개발·영업 부문을 통합, LCD와 OLED 패널을 수요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JDI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PC용 LCD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JOLED는 20인치 이상의 중대형 OLED 패널을 다룬다.
JDI는 지난 9월 정부에 자금지원 요청을 했지만 INCJ 내부에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며 부정적 목소리가 나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결국 INCJ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JDI는 자금을 스마트폰용 OLED디스플레이 개발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JDI의 가장 큰 고객인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폰에 OLED를 적용할 계획이어서 이 물량을 잡기 위한 디스플레이패널업체의 개발 및 공급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혼마 미츠루 JDI 사장은 “국가의 돈으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2~3년 뒤에는 안정된 재무기반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JDI는 모바일용 패널 외에 자동차와 가상현실기기 등 신사업 분야 매출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는 체질개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JDI의 OLED투자가 늦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미 스마트폰과 TV용 OLED를 양산하고 있는 한국과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에 맞서 재팬디스플레이가 OLED 경쟁력을 확보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