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 정보통신기술(ICT) 주요 경영진과 만나 ICT와 혁신을 앞세워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임을 명확히 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비우호이던 트럼프가 미국 경제 재건과 일자리 창출, 혁신에 실리콘밸리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후 트럼프타워 25층 회의실에서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 등 미국 ICT 기업 최고경영진 12명과 회동했다. 트럼프는 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테크 서밋`이란 이름으로 열린 간담회에는 이들 외에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과 오라클의 사프라 캐츠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IBM의 지니 로메티, 시스코의 척 로빈스,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팔란티르의 알렉스 카프 등 CEO들이 참석했다. 페이스북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CEO 대신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참석했다. 모두 세계 ICT 시장을 호령하는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에 비우호 인물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적과의 동침`을 연상케 한 간담회에서 트럼프는 “나는 여러분을 도우려 한다. 계속 놀랄 만한 혁신을 해 주길 바란다”며 경제활성화에 ICT와 혁신이 필요함을 내비쳤다. 트럼프 측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와 트럼프의 세 아들, 실리콘밸리 거물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한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가 참석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정부가 여러 나라와 상품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해외에서 더 쉽게 국경을 넘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 ICT 기업의 수출도 장려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된 제약 사항이나 문제에 관한 어떤 아이디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며 규제 완화 방침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 모임을 분기별로 가질 예정이다.
ICT 및 혁신을 앞세워 경제 활성화에 나서려는 트럼프의 생각에 발맞춰 이날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전기자동차 대명사인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와 ICT를 활용한 신경제 대명사인 우버의 CEO 트래비스 칼라닉을 차기 정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으로 추가 선임했다. NEC는 대통령 경제 정책을 조언하는 기구로, IBM CEO 지니 로메티가 이미 위원으로 선임된 바 있다.
회의는 트럼프 모두 발언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가 끝난 후 공개 브리핑은 없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회동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의미 깊은 만남이었다”면서 “농업, 인프라, 생산 등 전 부문에 걸쳐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견해를 서로 공유했다”고 말했다.
회동이 미국 ICT 업계와 트럼프 간 반목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회동을 “ICT업계와 트럼프 간 `잠정 휴전(a temporary cease-fire)`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