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올해 초대형 사회 이슈로 얼룩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검찰의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 시내 면세점 특혜 논란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전체 유통 시장 판을 흔들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 4분기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업체로는 처음으로 보상 대책을 발표했다. 원인 미상 폐 손상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지 5년 만이다. 100명 이상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이어 `서면`으로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며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국회는 지난 7월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피해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업체의 고의 은폐 의혹을 파헤칠 계획이다. 지난달까지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총 5226명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TV홈쇼핑 영업 정지,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이어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동빈·동주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지속됐다.
검찰은 지난 6월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의 일환으로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17곳에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물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줄줄이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구속을 면한 신동빈 회장은 고강도 경영 쇄신안을 마련하면서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최순실 사태에 휘말리면서 향후 경영 방향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유통업계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공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신규 사업 및 가입자 확대에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면서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지난해 수천억원대 영업 손실을 낸 주요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은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 등으로 기존의 시장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화면서 O2O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롯데 옴니채널 전략이 대표 사례다.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유통 채널 운영 노하우를 모바일과 온라인에 접목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베이코리아와 티켓몬스터는 오프라인 편의점을 물류 배송 거점으로 삼는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각각 선보였다. SK플래닛 11번가는 O2O 서비스를 한데 모은 `생활플러스`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내세웠다.
TV홈쇼핑 업계는 올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케이블TV 송출수수료의 인하에 성공했다. TV홈쇼핑 시장과 유료방송 업계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IPTV 송출수수료가 매년 20% 이상 증가하면서 또 다른 부담을 떠안게 됐다.
가전양판점 업계는 여름 무더위 덕을 톡톡히 봤다. 정부 `에너지 고효율 가전 인센티브` 지원 정책과 폭염이 맞물리면서 에어컨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 삼성전자판매, 하이프라자, 전자랜드 4개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내수 가전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3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