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씨게이트와 합작사 설립… 스토리지 시장 공동 공략

SK하이닉스가 미국 스토리지 전문업체 씨게이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급팽창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 스토리지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씨게이트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초기 출자금액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SK하이닉스가 합작사 지분 51%를, 씨게이트가 49%를 보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씨게이트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합작법인 추진설을 유료 보고서 형태로 발간했다.

합작사가 설립되면 씨게이트는 부족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역량을, SK하이닉스는 컨트롤러와 펌웨어 등 스토리지 분야 솔루션 개발 역량을 확보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씨게이트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스토리지 영역에서 성장해온 업체지만 고속, 고신뢰성을 구현하는 낸드플래시 소프트웨어 기술도 두루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기존 고객 외에 씨게이트 기존 스토리지 고객사를 자사 고객사로 끌어들일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낸드플래시 칩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도시바, 마이크론 뒤를 잇는 4위 업체에 머물러 있다. 낸드플래시 솔루션 제품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SK와 씨게이트 합작사가 처음에는 기업용 SSD에 집중하다 차츰 PC와 노트북에 탑재되는 소비자용 SSD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갈 것으로 내다봤다. SSD 판매가 확대되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칩 출하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D램에 치중돼 있던 회사 매출 구조도 보다 균형이 잡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게이트도 SK하이닉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최근 스토리지 시장은 HDD에서 SSD로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HDD 시장에서 씨게이트와 경쟁했던 웨스턴디지털은 얼마 전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하며 SSD 시장에 본격 뛰어든 바 있다. 씨게이트가 SK하이닉스와 합작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바로 여기 있다.

SK하이닉스와 합작사를 설립하면 씨게이트 부품 수급 전략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씨게이트는 2011년 4월 삼성전자 HDD사업부를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씨게이트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고, 씨게이트는 삼성전자로부터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올해 삼성전자가 지분을 다 팔고 나오면서 양사 관계는 끊어졌다. 합작사가 설립되면 씨게이트가 SK하이닉스의 제1 낸드플래시 거래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합작사 설립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이종준 기자 1964wint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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