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재 연구는 자연계나 기존 소재의 물성 한계를 뛰어넘는 게 목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성질을 구현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이를 위해 여러 소재를 뒤섞기도 하고 초미세 세계를 탐구하기도 한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단장 이학주)은 여러 길 중 `파동`에 주목했다. 빛, 소리, 전자파 같은 모든 에너지 현상은 파동을 갖는다. 이 파동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극한 물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가시광선 파동을 제어하는 물질을 개발하면 `투명 망토`가 가능하다. 소리 파동을 제어한 층간소음 방지 기술,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고효율 태양전지판은 좀더 현실에 가까운 예다. 이런 `메타 물질`, 즉 물질 너머 물질을 탐구하는 게 연구단 임무다.
매질 특징을 바꿀 수 있는 `메타 구조체` 설계가 핵심이다. 파동은 공기, 물 같은 매질을 통해 전달된다. 거기에 파장보다 작은 패턴을 가진 구조체를 붙이면 파동을 제어할 수 있다. 파장이 다른 매질을 만나도 반사되지 않거나 굴절각이 변하는 식이다.
메타 구조물 설계는 세계적으로도 연구 초기에 있다. 군방, 항공 분야에서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복잡한 변수가 많다. 메타구조물 설계를 위한 계산에 슈퍼컴퓨터를 며칠씩 가동해야 할 때도 있다.
우리나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은 `길목 기술`을 공략한다. 파동에너지 제어 기술이 응용 가능한 산업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재료 △설계분석 △구조화 △특성화 △메타물질 단계에서 필요한 요소 기술을 분류했다. 개발 대상과 목표를 구체화한 전략이다.
이학주 단장은 “3M 테크놀로지 플랫폼 전략과 유사한 방법을 연구단에 도입했다”면서 “여러 분야에 응용될 수 있고, 다른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탄생시킬 수 있는 `길목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M은 6만5000여종 제품을 판매하지만 기본은 46종 요소 기술이다. 이들 기술을 조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오버헤드프로젝트(OHP) 시장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 제품의 요소 기술은 각종 렌즈, 필름, 교통표지판에 활용되는 식이다.
연구단은 파동에너지 제어 기술을 총 62개 길목 기술로 분류했다. 이 중 20개는 이미 연구가 진척된 기술이지만 시장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봤다. 나머지 기술은 직접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 단장은 “길목 기술은 이쪽에도 적용되고 저 쪽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길목 기술을 개발하면 시장이 원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미리 축적해둔 기술을 다음 단계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든 실험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 계획이다. 연구 복잡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체계화한 셈이다. 소재 연구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실패 가능성은 상존한다. 대신 그 과정 상의 결과물을 남겨 다음 연구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단장은 “대형 장기과제는 성공하면 세상을 확 바꾸는 미래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많은 요소기술이 나오는데, 이 결과를 축적해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