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1>산업정책 - 수출 회복 `총력전`…서서히 기지개

# 병신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산업계는 혼란한 정국 속에 안팎으로 악재가 겹쳤다. 저유가와 글로벌 공급 과잉, 단가 하락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업 활력을 떨어뜨렸다. 여기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우려스럽다. 국내에선 9대 그룹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쳤다. 새해에도 계속될 대통령 탄핵, 대선 정국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활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희망이 될 실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9회에 걸쳐 산업 정책을 시작으로 산업별 흐름을 결산하고, 새해 변수들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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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53회 무역의 날`을 맞아 코엑스 동측광장에서 무역협회, 코엑스 임직원 등이 올해 무역의날 슬로건인 `뛰어라 한국무역!, 힘내라 대한민국!`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전자신문DB>

올해 산업 정책 기조는 수출 회복, 통상 협력 확대, 주력 산업 고도화, 신산업 창출 등으로 대표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수출 회복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월별 수출 감소가 2016년 1월 바닥을 치면서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유가 등 원자재 단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 단가의 큰 폭 감소다. 수출 물량이 증가했음에도 수출 단가가 10% 가까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연간 수출액(5272억달러)은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여기에 세계 경기 둔화와 교역 축소 등 경기 요인과 중국의 수입 구조 변화,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 등 구조 요인까지 겹쳤다. 단기 대책만으로 수출 회복이 간단치 않게 된 배경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산업의 구조 전면 개혁이 숙제로 떠오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의 수출 시스템 전반에 걸친 대혁신에 나섰다. 이를 위해 수출 △주체 △품목 △시장 △방식 △지원체계를 뜯어고쳤다.

우선 대기업 중심이던 수출 주체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연간 5000개를 목표로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전문위원이 내수기업의 수출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 10월까지 4843개 업체가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35.9%이던 비중은 올 3분기 누적 37.7%로 2%포인트(P) 가까이 상승했다.

수출 품목 다변화를 위해 소비재 수출 활성화 및 프리미엄화도 추진했다. 유망 소비재로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산 화장품, 의약품, 농수산물, 생활유아, 패션의류 등이 꼽힌다. 실제 올 11월까지 이들 유망 소비재의 수출은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특히 화장품은 44%에 이르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 방식 혁신을 통한 온라인 수출 증가도 주요 성과다. 글로벌 온라인몰 입점 확대, 해상 간이 통관 허용, 반품지원센터 운영 등 전 주기 지원을 통해 전자상거래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 올 3분기까지 온라인 수출은 1조5507억원으로 전년보다 91.6%나 급증했다.

이 밖에도 해외 조달 시장 진출을 통한 시장 다변화, 민관합동수출투자대책회의 출범 등 수출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그러나 수출이 곧바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올 1월 -19.6%에 이르던 수출 감소율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다가 8월 반짝 반등(2.6%)에 성공한 뒤 다시 고꾸라졌다. 그 이후 3개월 만인 지난달 2.7%로 상승 반전했다. 무엇보다 최근 2년 동안의 수출 증감률이 V자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청신호다. 이는 중소·중견기업 및 신규 유망 품목 활약에 더해 주력 품목의 수출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수출 전망도 밝다. 세계 경제 회복과 유가 반등에 따른 단가 하락세 진정으로 기술 부문의 반등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해외 시장에서 기술 부문 경쟁 우위에 있는 정보기술(IT) 산업군이 수출 회복을 주도할 전망이다. 실제 산업연구원은 새해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보다 2.1% 늘어난 500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품목별로는 IT 제품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가전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정보통신기기는 대용량저장장치(SSD)가 수출을 주도한다. 이와 함께 웨어러블 기기, OLED 패널 수출 증가도 예상됐다. 수출 1위 품목 반도체는 3D 낸드플래시, 시스템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화하며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은 “내년 수출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단가 하락 등 대외 여건 불안에 따른 부정 요인이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연평균 배럴당 50달러 안팎으로 예상되는 유가 반등,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기술 부문의 수출 반등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낙관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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