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렸다. 야당은 그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했고, 여당은 사실상 설자리를 잃게 됐다. 하지만 양쪽 모두 아직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 남아있다.
야당 측은 당장 박 대통령의 즉시 퇴진을 요구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에서 국회의 합의를 따르겠다고 한 만큼 탄핵 가결시 바로 내려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 절차를 건너뛰는 문제는 있지만, 빠른 국정안정을 위해선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경우 차기 대선은 당초 언급되던 2월 탄핵 4월 대선 시나리오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여당은 지금의 당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탄핵 과정에서 비박과 친박으로 갈라선 만큼 탄핵을 찬성했던 의원들은 탈당 후 제3·4지대를 찾아 나서고, 탄핵에 반대한 의원들은 사퇴 압박에 시달릴 전망이다.
헌재 결정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재 결정까지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취한 만큼, 국회의 즉시 퇴진 요구가 있어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원했던 국회 합의는 개헌을 통한 단계적 퇴진이었지 탄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을 기다릴 경우 최장 6개월까지 논의기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야권은 현 시국 상황상 적어도 3월 이내에는 결론이 나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자진 퇴진을 유도하기 보다는 헌재 결정까지 거쳐 탄핵의 결말을 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탄핵 가결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는 고민이다. 박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은 정지됐지만,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는 한 사실상 친박 정권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 탄핵 가결과 함께 황 총리도 교체해야 한다며 일부 국민추천총리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렇다 할 포스트 탄핵 시나리오는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