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러운 준비 작업에 나섰다.
국무총리실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확실시되는 만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 대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가결 즉시 박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해야 한다.
총리실은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한 고건 전 총리 행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황 총리는 국방과 치안 분야를 최우선으로 챙길 가능성이 짙다. 실제 고 전 총리는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조짐을 보이자 가장 먼저 전군에 지휘경계령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고 전 총리는 또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우리나라 외교·안보·경제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내용을 대외에 알리도록 했고, 허성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는 “전국 경찰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외교·안보와 치안 분야 안정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탄핵소추안 의결 시 고 전 총리 전례에 따라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만큼 국민에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지를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는 탄핵소추안 의결 2시간 뒤 간략하게 총리실 입장을 밝혔고, 이튿날 오전에 “국정 관리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모든 국무위원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를 열어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을 당부하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총리실은 권한대행 체제에 대비, 새로운 팀을 꾸리거나 별도의 매뉴얼을 만들지는 않을 계획이다. 각 부서에서 소관 분야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